나이트 러닝
이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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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러닝』
이지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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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이 좋았네"라고 하려다 말았다. 그게 과연 운인가. 삶의 한 시기를 비워가며 찾아낸, 그것이 과연 운의 영역일까. 우리가 운이라고 여기는 수많은 것들이 실은 오랜 염원으로 자기 자신의 일부와 혹독하게 바꿔온 어떤 소망의 결과가 아닐까.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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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이 담긴 소설집. 표제작인 「나이트 러닝」이 첫시작이었는데 난해해서 좀 애먹었다. 방송국 경비실에서 부자가 경비를 서는 사연이 나오고 새벽에 신입 기상캐스터로 공채 합격한 여자는 복수를 위해 찾아야만 하는 아빠때문에 원서에 낸 사진을 학창시절에 찍은 걸로 바꿔야 된다며 생떼를 부린다. 와중에 아버지는 사람의 왼쪽 팔 두개를 주워오고... 불이난 현장으로 달려가던 사진기자에게 포착된 팔, 등장인물들은 일제히 팔을 주웠다는 무덤, 즉 화재현장으로 향한다. 불길이 번지는 밤의 언덕 쪽에서 여러개의 팔을 들고 뛰는 여자, 잔느. 매일 잘라내도 매일 자라나는 팔의 용이한 쓰임은 사랑하는 죽은 이를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소망에서 비롯되었다. 무튼 잔느까지 합류 후 이들은 거센 불길의 반대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계속 달린다. 나이트 러닝, 이제보니 제목에 충실한 스토리가 아닌가? 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는 모습은 각자의 사정이, 그들이 얽힌 사연들이 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어찌되었든 간에, 해는 다시 떠오른다. 날은 밝는다. 불길은 사그라들 것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고만고만하게 드러나는 것 말고 모두가 고유하게 가졌을 나만의 이야기,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내 어깨 위의 무게같은 것들. 그것은 어쩌면 쉽게 사라지지도 가벼워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산 사람은 계속 살겠지. 이들만의 방식으로 끌어안고 내동댕이치면서도 기어코 다시 보듬으며... 이어지는 다른 이야기속에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였다. 인물들이 모두 외형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개성은 물론 사연도 제각기 달랐지만 분명 달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누가 뭐래도 제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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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의 뜻이 뭔지 알아? 담으로 둘러싸인 곳이라는 뜻이야. 그러니까 낙원은, 진짜 낙원은 벽 속에 있는 거지. 나만의 벽." p254

🔖무엇이든 자세히 알게 되면 그 질량만큼 피곤해진다. p15

🔖(...)나는 습관적 반성은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해. 반성이 관성이 되면, 이제 속죄할 기회마저 잃거든.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게 되는 거야."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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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서포터즈 #하니포터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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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러닝
#하니포터5기_나이트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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