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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미술관 -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이야기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기울어진 미술관』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이야기
이유리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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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의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오이디푸스는 아무에게도 병을 옮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실이 중요하진 않았다. 테베 사람들에게는 그저 병에 대한 공포와 분노를 쏟아부을 '감정의 쓰레기통'만이 필요했을 뿐이다. (중략) 테베의 시민들이 오이디푸스 추방을 통해 불안과 분노를 일시적으로 해소했듯이 말이다. 이때 '제물'이 되기 제일 쉬운 자는 누구였을까. 바로 복수할 가능성이 없거나 보복할 능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이다. 또 다수와 다른 자여야 했다. 집단은 전체와 잘 융합되지 않는 소수파를 핍박하고 학대할 때 더 쉽게 뭉치기 때문이다.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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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기울어진 그림을 부수는 존재들
▪️PART.2 그림 속 소품이기를 거부한 여성들
▪️PART.3 뒤틀린 권력에 균열을 내는 그림들
▪️PART.4 선전 도구에 저항하는 예술가들
📖과연 예술을 예술로서만 바라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칼같이 '아니요'라고 답할 수 있게 만든 책이었다. 수백억에 호가하는 작품들에 따르는 명성들, 나같은 그림 문외한이 볼 땐 가히 신화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당대의 평가가 어찌되었든 간에 현재까지 자신의 존재를 당당히 지키고 있는 걸 보면 그 신화적인 이야기도 합당한 듯했고. 하지만 의도했든 아니든 시대를 반영한 작품들의 이면까지 알고나면 꽤나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돈과 권력 앞에서는 예술도 사회적 약자인 여성, 장애인, 어린이, 그리고 특정 대상을 희화화 하거나 본인들 입맛에 쉽게 재단하기도 했으니까.
색의 대비로 사용하기 위해 '흑인'을 소비하거나, "극단적으로 다른 외양"의 장애인들을 기꺼이 즐길거리로 이용했다. 와중에 "외모가 아름답거나 장애를 '극복'해 대중에게 감동을 주는 '슈퍼 장애인'"이었던 헬렌 켈러가 대중들의 환상에 부응하기 위해 튀어나온 눈을 없애고 유리구슬 같은 파란색 의안을 끼웠다는 내용을 봤을 땐 실로 경악했다. 맞다, 어릴 적 위인전에서나 봤던 그 헬렌 켈러가! 하워드 밀러의, 1942년 포스터 <우리는 할 수 있다!>의 뒷이야기도 기가막히다. 가사노동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여성들은 전쟁에 동원된 남성들의 빈자리였던 "전차 차장, 의약업, 화물용 비행기 제작과 조종 등' 금녀의 구역이었던 일자리에 충원된다. 하지만 "물방울무늬의 빨간색 반다나를 머리에 두르고 데님 유니폼을 입은" 수많은 로지들은 전쟁이 끝나자 그대로 해고된다. 재봉틀을 돌릴 수 있으면 리벳건도 쏠 수 있다면서 선전하고선 쓰임을 다하자 다시 부엌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인디언 잔혹사, 재개발로 거주지에서 강제로 쫓겨난 가난한 시민들, 동물학대, 오염된 환경, 사실 예술과 무슨 연관이 있겠나 싶었지만 시대를 증언하듯 모두 그림 속에 남아있었다. 천국에 가기 위해 예술을 노골적으로 이용한 명문가들이 이젠 이름을 달리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포장되는 현실에 대한 자각도 해볼 수 있었고. 그림과 그림 이상의 참모습들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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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영화 《대니쉬 걸》의 이야기도 나와서 좋았다. 책표지 속 주인공도 릴리 엘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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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루즈 로트레크는 이런 성 구매 경험을 토대로 자신을 엄숙한 성도덕으로부터 ‘해방된’ 예술가로 포장했고, 19세기 프랑스를 지배하던 성 보수주의 규범에 반항한 화가로 평가받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의도했든 아니든, 툴루즈 로트레크가 그린 ‘노동으로서의 성매매’는 성 구매자를 ‘서비스 이용자’로, 포주를 ‘사업가’ 혹은 ‘관리자’로 은연중에 정당화한다. 결과적으로 툴루즈 로트레크의 그림이 성매매 현장의 폭력성을 가리는 역할을 했다고 하면 너무 박한 평가일까.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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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서포터즈 '하니포터' 자격으로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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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