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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르테미시아 - 최초의 여성주의 화가
메리 D. 개러드 지음, 박찬원 옮김 / 아트북스 / 2022년 5월
평점 :
『여기, 아르테미시아』
-최초의 여성주의 화가
메리 D. 개러드 지음 / #아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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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시아는 섹시하지도 고귀하지도 않은 여성들도 그렸는데 이 작품들은 비주류에 속했다. 소위 ‘돈네 인파메donne infame’, 즉 파렴치한 여자들, 남자를 속이거나 아이들을 살해한 보디발의 아내, 델릴라, 코리스카, 메데이아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은 17세기에는 알려진 구매자가 없었다. 그런데 그는 왜 그런 그림을 그린 걸까? 여성 관람객이나 고객의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 같은 것이 존재해 남성들이 수동성과 전리품으로 보았던 여성 육체에서 힘과 자주성을 보며 기뻐한 걸까? 이 질문이 타당한 것이 당시 초기 근대 여성 저술을 읽는 열정적인 여성 독자층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략) 아르테미시아가 미술시장에서 전혀 인기 없는 모험적인 여성 인물들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세상을 창조함으로써 이 세상 여성의 운명을 개선하겠다는 동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동기는 자신의 내부에서 비롯한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여성들이 부여했거나 둘 다 일수도 있다. 아르테미시아가 창조한 다른 세상에서는 대담한 여성들이 엄청난 힘과 용기를 보이며, 결국 현명한 여성이 승리한다. P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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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이 이름을 듣는다면 단연코 한 작품이 떠오른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미술서를 접하다보면 가장 많이 마주하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고 아르테미시아가 겪었던 사건에 대한 감정이 담긴 최초의 페미니즘적 분노를 담고 있기에 자주 회자되기도 한다. 그 사건은 1612년, 아르테미시아의 집을 드나들던 타시가 그녀를 겁탈했고 이 사건은 재판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증언을 증명해야 하는 절차와 진실을 확인하는 고문이 있었다는 사실에 혀를 차기도 했었는데... 내가 아는 아르테미시아의 이야기는 딱 이정도뿐이었다.
이 책은 그런 평면적으로 단편적인 이야기에 머물렀던 아르테미시아의 삶과 작품을 입체적이고 구체적으로 전달한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연구자로 널리 이름을 알린 저자덕분에 보다 폭넓게 맥락을 이해를 할 수 있었고, 17세기 유럽의 역사적 배경과 여성 문학작가들의 텍스트를 마주할 수도 있었다. 기존에 내가 한쪽으로 치우치며 그리던 여성화가의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난(?) 아르테미시아는 가부장제도에 맞섰고 남성 귀족들과 교류하며 인맥을 형성하고 남성 아카데미의 첫 여성 회원이 될 정도로 활발히 활동했으며 결혼과 출산 육아를 병행하는 와중에도 생활비를 버는 실질적 가장 노릇을 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유독 강하게 인식되어 있는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외에도 그녀가 남긴 작품이 다수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녀의 죽음은 역병으로 인한 추정이라고 하지만 그녀의 삶은 주체적이고 당당 그 자체였다.
그녀의 작품에 매료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깊이 빠질 수 있는 이 책을 추천:)
▪️TMI
-타시의 강간 혐의 고소는 아르테미시아가 아닌 아버지(오라치오)가 했다. 자신의 명예와 재산이 달린 문제이므로...
-실제 그녀의 묘비에는 “여기, 아르테미시아Haec Artemisia” 라고 새겨져 있다.
-시각자료로 쉽게 보지 못했던 그녀의 작품 30점과 다른 화가들의 작품 70점이 컬러로! 선명하게!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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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스 서포터즈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artbooks.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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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아르테미시아
#아르테미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