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나날
알리스 브리에르아케 지음, 모니카 바렌고 그림, 정림(정한샘).하나 옮김 / 오후의소묘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의 모양』
다비드 칼리 글 / 모니카 바렌고 그림 / 정원정, 박서영 옮김
그리고 #오후의소묘
.
.
📖 좋아하는 대상이 있다면 대개 그렇듯 종일 생각에 골몰하고 애정을 쏟기 마련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그런 존재가 어느 날, 사라져버린다면 나를 떠난다면, 나는 어떡하지.

「사랑의 모양」의 여자는 "무성한 덤불 속에서 핀 이름 모를 하얀 꽃"을 좋아하게 되고 짐짓 예상했듯 그녀의 마음과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꽃은 새로 피지 않고 남은 꽃마저 시들고마는데... 너무 많은 질문과 괴로움으로 힘겨웠을 그녀에게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어떤 아름다움은 왜 사라져버리는 걸까.
무언가를 망치는 사랑도 있는 걸까?'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어.

"너 그 꽃들이 정말로 너 때문에 피고 졌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럼 내가 한 일은 모두 아무 의미도 없었다는 말이야?"

목소리는 대답했어.
"사랑이 널 기쁘게 한다면 그건 네가 무엇을 주어서도, 무엇을 돌려받아서도 아니야.
단지 지금, 사랑이 거기 있기 때문이지."
.
.
📖뭐랄까, 제목을 보고선 1차원적인 나는 사랑의 '대상'에 치중했던 시선을 돌려 다시 사랑의 '모양' 발견하는 것에 정신이 팔렸다. 그 흔한 하트모양 말고 다른 걸 찾겠다며, 사실 그동안 잘몰랐는데 이참에 하나 만들어(?) 가져보겠다고, 그런 기대를 품고 펼쳐본 그림책이다. 하루는 뒷마당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피해 배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았는데 때마침 하얀배꽃잎은 날리고 가까이에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귀를 간지럽히고 여자에겐 봄이 다시 찾아왔다. 지난봄과 같은 하얀 꽃을 만났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눈부시게 빛나던 꽃들은 담장 너머 이웃집 정원에 피었을 뿐이라는 거다. 꽃은 떠났지만 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함께라는 진실에 닿은 여자는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그렇게 끝난다.

고개를 돌려 아이들을 바라본다. 내게 사랑은 그게 모양이든 대상이든 간에 하나로 귀결된다는 것을, 그제서야 눈치챘다. 온갖 사랑과 애정을 쏟는 이 존재들이 어느 순간에는 내 담장 밖에서 훨씬 자유로이 아름답게 피어날 것임을, 알면서도 나는 좀 서글프겠지, 내 몸 어딘가 떨어져나간 것처럼 아플지도 모르겠다. 혹시 그런 날엔 오늘을 기억할 수 있을까. 이 책 속에서 들었던 목소리를 떠올리며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던 여자의 뒷모습을 나는 닮을 수 있을까.

하얀배꽃잎이 날리던 그날은 유난히 햇살이 따사로웠고 덕분에 「사랑의 모양」은 한껏 햇살을 머금었다. 다행이다 싶었다. 혹시 모를 앞으로 다가올 슬픈 날들에게, 괴로울 날들에게 오늘의 조각을 떼어 쥐어줄 수 있겠다고 그래서 잘 달래줘야겠다며, 그런 다짐도 해볼수 있었다.
.
.
✔️TMI
▪️다비드 칼리는 워낙 딸과 함께 좋아하는 작가였고 모니카 바렌고는 「작가」, 「구름의 나날」, 「사랑의 모양」으로 더 인연이 없지않나? 싶었는데 올해부터 구독하는 잡지 「우먼카인드」 Artists에 이름이 딱! 더 잘 챙겨 봐야겠어요:)

▪️「구름의 나날」x정림, 「사랑의 모양」x무루 두 역자님과 함께했던 북토크, 재방이라도 꼭 보세요! 두 그림책을 더 깊이 풍성하게 감상하실 수 있어요! 그림을 하나, 하나씩 보면 더 많은 이야기가 보인다는 사실:)

▪️특히 「사랑의 모양」 원서에는 '소녀'라고 되어있는데 무루 역자님이 단어와 주인공 모습과의 시차를 고려하여 좀더 포괄적인 '여자'로 쓰였다고 해요. 사실 저는 이부분에서 ㅋㅋㅋㅋㅋ "작가님 그래도 저는 소녀이고 싶은데요!" 내적 외침을 외쳤으나... 중요한건 역시 공감대겠죠.. 공감 공감..공감🙈
.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감사합니다, @sewmew 💙
.
.
#사랑의모양 #구름의나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