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무들은 - 최승자의 아이오와 일기
최승자 지음 / 난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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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무들은- 아이오와 일기』
#최승자 /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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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국제문학 시간의 주제는 '나는 왜 쓰는가, 나는 무엇을 쓰는가'라는 거였는데, 나는 정말로 이런 유의 질문을 싫어한다. 나는 왜 쓰지도 않고 나는 무엇도 쓰지도 않는다. 나는 나를 쓸 뿐이다. 그게 왜가 되고 무엇이 된다면 좋고, 안 돼도 할 수 없다. 아무튼 이런 질문들은 나를 귀찮게 만든다. 내가 원고에서 쓴 요지는 나는 이런 질문을 이미 살아넘긴 한 사람이다, 한국에서도 이미 이런 질문을 넌더리나게 들어왔는데 왜 여기서도 내가 이런 질문에 마주쳐야 하는가로 시작해서, 나의 체험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내가 쓰고 싶어서 쓸 때 거기에 이미 왜와 무엇이 다 포함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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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최승자 시인이 미국 아이오와주 아이오와시티 아이오와대학에서 주최하는 인터내셔널 라이팅 프로그램(IWP)에 참여하면서 쓴 일기. 40대에 첫 해외여행이기도 했던 일정은 94년 8월에 시작해서 95년 1월에 마침표를 찍는다.

직전에 읽었던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가 '끝'과 '죽음'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정적으로 느껴졌다면 이번에는 동적인 모양새가 느껴진다. 사실 일기란 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인지라 그저 마트에 가는 일이나 새벽 이른 시간에 눈이 떠지는(?) 사소한 기록도 비중이 꽤 되는데 그마저도 시인의 일상을 비춰보는 하나의 시선으로서 즐거웠다. 이에 더해서 타인과의 대화, 그리고 문학을 생각하는 것, 또 미국과 한국에 대한 문화적 차이같은 것들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써내리는 부분에선 오히려 생동감 넘친달까. 아! IWP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그닥 열성적인 참여를 하지 않는데 그 이유가 분명하고 단호한, 때론 너무나도 단순했던지라 살짝 웃음이 났다. 고집스러우면서도 감탄스러웠던 일관된 그의 태도. 그런게 오히려 더 좋았을 정도로 인간적인, 그래서 최승자다운 최승자를 만날 수 있는 책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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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면서 읽었다고 스스로 마법을 걸고 있었는데 트레이싱 띠지에 문장을 보고 주문이 풀린 것 같다. 다소 슬픈 기운이 나를 감쌌다. 아마도 이 문장을 난다 김민정 대표님이 전화로 받아 적었다고 했던 기억이 나고. 그 장소가 병원이라서 그런 걸지도.

"청춘이 지난 지 하많은 세월이 흘렀다.
문득 소식이 와서 묻혀 있던 책이
지금 살아나고 있다.
그것을 나는 지금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것으로 끝이다.

아이오와는
좋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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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하나의 작품이 사회운동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문학작품의 숙명이라는 것은 언제나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작품은 대중을 동시에 상대로 하는 게 아니다, 문학작품이 어떤 큰 대중을 동시에 상대하게 되는 것은 그 문학작품이 갖고 있는 사회적 상징으로서일 뿐 그 실제의 작품은 아니다, 실제의 작품은 그 세부 하나하나가 모두 한 독자 내부에서 그 독자라는 한 개인과 한 인간 존재의 세부들과 만나 서로 갈등하고 마찰하고 교통하면서 전달될 수 있을 때 그 문학작품으로서 존재하게 된다,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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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서포터즈 '신난다'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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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나무들은
#아이오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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