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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평점 :
『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마텔 /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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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등지고, 신을 등지고 뒤로 걷는 것이 애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반발하면서 걷는다. 인생에서 소중한 모든 것을 빼앗긴 마당에, 반발 말고 달리 뭘 할 수 있겠는가?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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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은 우리는 무엇인가?"
▪️1부, 집을 잃다 : 1904년의 토마스는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흔들리지 않는 토대와 무너지지 않는 천장으로 된 집"같은 존재였던 아들, 아내, 아버지를 차례로 잃는다. 그는 신에게 반발하듯 뒤로 걸으며 숙부의 자동차를 얻어 율리시스 신부가 만든 십자고상을 찾아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향한다. 상실이 원천인 분노를 가득 품고서. 그 여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마치 광기에 도취되어 자신을 어떻게 갉아 먹고 있는지 모를 토마스에게 연민이 일렁인다. 하지만 그에게 연민이 무슨 필요겠는가, 광기든 분노이든 간에 그의 슬픔에 비할 것은 아무 것도 없어보였다. 가장 거친 호흡으로 읽은 1부였는데 토마스가 겪는 일련의 일들이(이미 더한것도 겪었지만) 역경처럼 느껴져 금새 고단했기 때문이다. 정말 등산하는 기분으로 진이 빠지는 채로 한 줄, 한 줄 나아갔다. 그처럼.
"그가 흐느끼는 이유는, 이유는, 이유는."
▪️2부, 집으로 : 1938년의 병리학자 에우제비우에게 사고로 떠나보낸 아내와 이름이 같은 노부인이 찾아온다. 마리아가 들고온 옷 가방 안에는 남편 라파엘의 시신이 들어있다. 부검을 의뢰하며 남편이 '왜 죽었는지'가 아닌 '어떻게 살았는지' 알려달라고 한다. 그의 몸에서는 온갖 기이한 것들이 나온다. 발꿈치에서부터 토사물이, 허벅지에서 동전이, 성기에서 피리 조각이... 다른 신체부위에서도 물론 상상할 수 없는 물건들이, 흉부와 복부 안에서는 침팬지 한 마리와 갈색 새끼곰이 나온다. 마리아는 모든 물건을 가방에 옮기고 자신의 집으로 직접 들어간다. 이 자체로 괴이한 이야기가 이목을 끌기 충분하지만 개인적으로 에우제비우의 아내(마리아)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과 복음서에 대해 말할 때 더 긴장감을 더했다.(심장이 두근둑은뚜근)
"여기가 집이야, 여기가 집이야, 여기가 집이야."
▪️3부, 집 : 1981년의 캐나다 상원의원 피터는 아내와 사별후 동료의 배려로 오클라호마 주 의회 초청에 여행차 응한다. 그곳에서 그는 영장류 연구소에서 '오도'를 만나고 만 오천 달러에 구입한다. 피터는 캐나다에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오도와 함께 살기 위해 조상의 고향인 포르투갈로 향한다. 비행기와 자동차, 여러 교통수단으로 이동하는 길은 순탄치 않지만 묘한 안정감이 흐른다. "오도의 곁에서 느끼는 강렬한 고요가, 무슨 일을 하든 생각에 잠긴 더딘 움직임이, 대단히 간결한 수단과 목적"이 그의 삶을 차지해버리고 그들의 생활은 "시간을 짜고 공간을 조각하는" 평온한 날들로 이어진다.
"오도는 지금까지 그것을 찾아왔고, 마침내 그것을 발견했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세가지 이야기가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는 접점이 생긴다.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모두 엮여있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것이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반대로 차이점은 그 상실과 절망감을 안고 어떻게 삶으로 연결해나가는가,를 보여준다. 이야기속에 녹아있는 죽음-삶의 통찰은 사실과 허구를 분간하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철학적이고 종교적이며 동시에 다분히 아이러니하다.
단편으로 읽어도 무방할 만큼 매혹적인 이야기지만 세편을 하나로 단단하게 끌고 가는 얀 마텔의 필력에 감탄을 연발할 수밖에 없었는데, 모두가 향했던 그 곳, 내 나름의 기대와 상상으로 그려냈던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는가. 마지막까지 이야기의 끈을 잡고 있던 얀 마텔이 비로소 보여주는 그 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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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이성을 결합시키는 것이야말로 현대의 원대하고 항구적인 도전이 아니겠어요? 우리의 삶을 신성함이라는 머나먼 한 가닥 빛에 뿌리내리기란 참으로 어렵지요ㅡ참으로 비이성적이고요. 신앙은 장엄하지만 비실용적이에요. 사람이 어떻게 일상적인 생활에서 영원한 개념을 실현할 수 있겠어요? 합리적인 게 한결 더 수월하죠. 이성은 현실적이고, 보상이 빠르고 그 작용은 명확해요. 하지만 슬프게도 이성은 맹목적이지요. 이성은 그 자체로는 우리를 어디로도 이끌지 못해요. 역경을 앞두고는 특히 그렇죠.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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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에 지원하여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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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높은산
#소설추천
#파이이야기 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