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지하철 - 매일 오르고 내리니 어느덧 어른이 되어 있었다 날마다 시리즈
전혜성 지음 / 싱긋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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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지하철』
-매일 오르고 내리니 어느덧 어른이 되어 있었다.
전혜성 지음 / #싱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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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두고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던가. 그렇다면 지하철은 일단 각본 없는 것 받고, 다섯 개 더. 편셩표 없는 즉흥 티브이, 장르 제한 없는 무한 티븡, 녹화 없는 실시간 티브이, 재방송 없는 본방 티브이, 리모컨 쓸 일 없이 눈 가는 대로 보이는 티브이. 소파 대신 지하철 죄석에 앉으면 L사, S사 티브이는 따라오지도 못할 입체감과 생생함이 코앞에서 펼쳐졌다. 출연진, 스태프, 시청자 모두, 아는형님, 노는 언니 하나 없는 무명인전이었다.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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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엔 부산에서 놀기 위해 내렸다면 서울에선 살기 위해 내려야 했던 저자의 삶의 애환. 그야말로 "30년 차 지하철 생활자의 희노애락 지하철 환장 실화"

경기도 소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돌아오는 선거철마다 그들이 내세우는 공약 하나는 꿰뚫고 있었다. 그놈의 지하철 노선 신설. 성인이 될 때까지 지하철역 터도 구경 못했지만. 때문에 학창시절 서울로 놀러다니느냐 이용한 지하철은 여행길에 오른듯 설레였던 기억이 지배한다. 하지만 직장인 시절엔... 하필 또 발 디딜 틈도 없던 출퇴근 시간에 강남을 오가는 2호선 탑승자, 한푼이라도 아껴보고자 본가까지는 1호선을, 매번 헤매던 7호선, 이동에 유용했던 3호선과 4호선. 그리고 애정하는 6호선까지. 갈아타는 횟수와 몸을 맡긴 시간이 길수록 별별 사람들을 마주치고 자리싸움 신경전은 물론 장대비라도 내리는 날에는 입구에서부터 오만상을 다 썼던 기억이 이 책과 함께 다시 떠올랐다. 힘들었다기보다, 아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몸을 싣고 내 정신만 멀쩡하다면 정확히 그 장소로 데려다주는 교통수단이 편리했다. 입구 밖의 노점상은 더 좋았... 무튼 아무리 이른 시간 출근을 해도 거리엔 항상 사람이 있었고 같은 방향으로 몸을 옮겼고 지하철을 탔다. 우리가 가야할 곳으로 가기 위해.

🔖1,2,3,4,5,6,7..... 어떤 라인이든 어느 역이든 타고 보면 자리 주인은 있고 내 자리만 없다. 지하철 불변의 법칙이다. 자리에 앉으려면 운이 좋아야 하는 수밖에 없다. 내 자리 운의 지분은 내 앞사람이 다 갖고 있다. 앞사람을 잘 만나야 하는 것이다. 이런 고로 내 앞에 앉은 사람이 곧 내릴 상인가, 꿰뚫어볼 줄 알아야 한다. P83

📖저자가 30년 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경험한 글에서 특유의 유머스러운 문체는 이 주제를 더욱 매력적이게 읽히게 했다. 분명 민망한 상황임에도, 술기운일지라도, 안타까운 장면이 연출되더라도 한편의 시트콤처럼 읽혔달까. 저자의 단상과 사색은 깊이를 더하고. 하지만 경험과 감정이 나에게도 확장되면서 이 시트콤이 마냥 웃기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동안 울다가도 까무러치게 웃고 그렇게 웃다가도 청승 맞게 눈물, 콧물을 쏙 빼게 만들었다. 비록 저자의 어마무시한(?) 30년 차에 비빌 연차는 못 되지만 일상 깊이 침투했던 강렬한 기억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으므로.

그리고 이 분, 술에 진심이다.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정말 찐이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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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자리의 임자가 되기 위해서 눈치와 타이밍을 보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조직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내 자리 만들기는 세상 어디를 가나 치열하며 때론 치졸하기까지 하다는 공통점에 고개를 떨군다. 내 자리 내 자리 하던 나의 자리 탐이 덧없다. 능력 증명, 승진 경쟁, 자리 사수...... 사무실의 권모술수가 지하철로 옮겨진 것 같아 씁쓸하다. P96

🔖수없이 많은 날 타고 내렸던 지하철은 모두의 커리어와 사랑을 향해 달려왔다. 반복의 문 앞에서 어느 날 인생이 느껴질 때 커리어와 사랑이 무르익어 나를 다독여줄 것이다. 그러니 쳇바퀴 같은 일상이라고 무지건조한 지하철이라고 홀대하지 않으련다. 지친 나를 태우고 달리는 지하철을 응원하며 그 속에서 다시 내일을 꿈꾸는 나와 동지들을 지지하련다.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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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유서가 서포터즈 자격으로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gyoyu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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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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