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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늙어버린 여름 - 늙음에 대한 시적이고 우아한, 타협적이지 않은 자기 성찰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지음, 양영란 옮김 / 김영사 / 2021년 9월
평점 :
작가이자 학자인 저자는 첫문장을 이렇게 시작한다.
"그해 여름 요가 수업을 받다가 늘 해오던 아사나 동작이
점점 더 어려워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이후 계속 시련이었다고, 각종 노인질환을 맞닦뜨리자
늙어버린 것을 깨닫는다.
제목에서 청춘을 대표하는 계절인 '여름'과 '늙음'은
마치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팀워크를 보이는
불온한 분위기를 풍긴다.
책속 이야기는 어떨까. 나는 의심의 여지도 없이
누구든 예상할 법한 나이듦의 긍정적 측면과 건강 혹은
일상의 노하우 같은 것들을 떠올렸다.
MIT에서 공로를 인정받아저자의 이름을 딴 상이 있을 정도로
저명한 학자이며 2017년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선거참모로 활동하기까지 한 그녀에게 노화따위, 냐며 재단했다.
하지만 자연의 순리처럼 당연히 받아들이는 자세보다
당황한 역력이 솔직하게 드러낸 부분들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다가와 책을 읽는데 흥미가 돋았다.
'이렇게, 저렇게 살아봐'라는 훈계 아닌 훈계없이
고민의 시작과 함께 오히려 독자에게 묻기도 한다.
'어떻게' 노화를 받아들일거냐고.
막연히 생각했을 때,
자연스러운 나이듦을 상상하곤 했다.
보톡스 한 번 없이 주름을 그대로 두고
삐끄덕 거리는 몸을 아끼고 칭찬하며 살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고.
책을 읽으면서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고민할 시점과 자기 성찰의
계기를 한번이라도 더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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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비록 주위에서 사례가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하는 것 같긴 하지만,
죽음이 아직은 멀리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너나없이 모두 고통과 도를 넘는 쇠락은 거부하는 입장이지만,
십중팔구, 바라는 대로 거기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리라는 걸 잘 안다.
그렇지만 내가 확신하는 한 가지는, 우리 앞엔 아직도 순수한 웃음,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 아무도 쓰러뜨릴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한 연대의식,
늘 함께한다는 암묵적인 동조 의식이 굳건히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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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서포터즈 활동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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