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평점 :
《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 #엘리
.
.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헨리 제임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p166
.
.
📖수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오랜 친구의 말기 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간 화자. 친구는 예상치 못한 제안을 한다. 안락사 약을 구했으므로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함께 있어달라는 것.
죽음을 '직접' 준비하는 친구와 함께 하는 일상을 따라가다보면 죽음에 딸려오는 것들, 가령 두려움이라던가 미련같은 것들 마저 삶의 사소한 일부로 느껴진다. 때론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한편의 코믹극을 보는 것 처럼 자연스레 터져나오는 웃음은 죽음이라는 존재감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신랄함이 묻어나는 건조한 문체는 이 책의 모든 분위기를 압도하고.
둘의 관계가 지난 과거 알고 지낸 깊이보다 한층 두터워질수록, 화자가 떠올리는 다른 인연들에 대한 안부 역시 다르게 읽힌다. 친구의 딸, 지구 종말을 설파하는 전 애인, 한때는 아름다웠던 여자, 유일한 방문자인 아들을 둔 독거노인 심지어 에어비앤비 호스트의 새식구 고양이까지. "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p122
타인의 고통, 개인 고유의 삶은 절대적 공감도 위로도 어렵지만 그럼에도 화자는 고무적 격언을 소설 초반에 심어놓는다. 삶을 지옥으로 만들지 않도록 말이다. "친절하라. 네가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으니."p59 어쩌면 친구의 어려운 제안에 기꺼이 수락을 했던 이유도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작가와는 첫만남이었는데 친구와의 우정, 삶과 죽음의 개별성 또는 동일성, 에세이 같은 소설, 나와 당신의 고통을 물을 수 있는 다정한 용기. 그리고 인용하는 영화나 문학작품을 구경(?)하는 재미까지. 여러 갈래로 읽히는 흡입력이 대단한 소설이었다. :)
.
.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적어도 둘이 있지만, 떠날 때는 오로지 혼자라고 누군가 말한 적이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모든 인간 경험을 통틀어 가장 고독한 경험으로, 우리를 결속하기보다는 떼어놓는다. p149
🔖그게 사는 거야. 그런 거야. 무슨 일이 있건 삶은 이어진다. 엉망의 삶. 부당한 삶.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 삶. 내가 처리해야 하는,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p213
.
.
✔#엘리서포터즈 자격으로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
.
#어떻게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