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의 쓸모 - 삶에 허기진 당신을 위한 위로의 밥상
서지현 지음 / 허들링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허기의 쓸모》
-삶에 허기진 당신을 위한 위로의 밥상
서지현 지음 / #허들링북스
.
.
🔖엄마가 된 지금에애 그 소리의 분명한 정체와 의미를 안다. 주방에 서서 칼도마를 두드릴 수 있다는 건 최소한의 살아갈 힘과 용기가 있다는 뜻이다. 몸과 마음이 심하게 지친 날, 고민이 무척 깊은 날엔 칼도마를 두드릴 작은 기운조차 나지 않는다.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 시절 엄마가 진 삶의 무게가 어린 나의 염려보다는 작고 가벼운 것이었거나, 인생의 큰 짐을 지고도 의연하게 칼도마를 두드릴 수 있을 만큼 엄마가 강인한 사람이었거나. 아마도 후자에 가까우리라. p29
.
.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던 시절,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 뚜껑을 열 때의 설렘을 잊을 수 없다. 단골메뉴는 역시 계란말이였는데 우리 엄마의 계란말이는 투박하기 그지없었다. 굵게 다진 양파를 잔뜩 넣고 얇고 긴 직사각형 모양. 친구들 엄마의 계란말이는 김을 넣고 네모반듯한 모양이라거나 색색깔을 띤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게 대부분이었다. 한두번 투정을 부리면 엄마는 들은 대로 비스무리하게 만들어 주곤 했는데 오히려 이도저도 아니게 더 요상스러워졌다. 급식실이 생기고 그런 투정조차 필요없게 되었을 땐 몰랐는데 혼자 자취를 시작하면서 다른 것도 아닌 구박덩어리 계란말이가 간절히 먹고 싶은 날이 많았다. 아무리 기를 쓰고 흉내를 내봐도 엄마의 맛에 근처도 못간 건 결혼 후에도 여전하다. 그래서 친정 가기 전, 엄마가 뭐 해줄까, 물으시면 내 대답은 한결같다. "양파 잔뜩 넣은 엄마 계란말이"

지금이야 매일 차려내는 게 집밥이라지만 엄마 만큼의 정성과 맛이 있는지는 스스로도 모르겠다. 한끼라도 편하게 먹으려고 부리는 꼼수만 나날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집밥'이 생각 났다. 누가 차려주면 넙죽 감사히 먹을 신세가 되자 '엄마의 집밥'이 그리우면서도 먹먹했다. 해보니까 알게 되는 거지, 밥상이 뚝딱 떨어지는 게 아니란 걸... 따져보면 지금뿐만도 아니다. 서럽고 허기진 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엄마였고 엄마가 떠오르면 당연히 '집밥'이었는데...

📖'갓 지어 낸 밥의 온기' 같은 이 책에 빠져 있을 때 생각보다 다양한 식재료의 등장이 반가웠고 집밥 레시피에서 팁이라도 얻으면 눈이 반짝였다. 덩달아 이런 저런 음식의 추억소환까지 절로 되자 이 책은 정말 잘 차려진, 날 위한 한상차림 같았다. 꼭 입으로 씹어 넘겨야 허기가 가시는 게 아니란 걸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허기'를 레시피로 지어진 이 이야기들로 배도 든든히, 마음도 뭉글뭉글 덥힐 수 있었다:)
.
.

🔖어쩌면 삶이란 케이크를 한 조각씩 덜어 내는 일과 같을지 모른다. 언젠가 결국 케이크 조각이 남지 않는 순간이 올 것이다. 삶은 어느 날 갑자기 멎지 않고, 다만 서서히 스러져 갈 것이다. 케이크를 함께 나누던 이와의 정담과 추억만이 남을런가. 때론 고소하고, 때론 달콤했던 우리들의 이야기, 이야기들. p202
.
.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huddlingbooks
.
.
#허기의쓸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