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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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 #자이언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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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생존과 번식, 기생에 특화된 식물이지요. 더스트 시대의 정신을 집약해놓은 것 같다고 할까요. 악착같이 살아남고, 죽은 것들을 양분 삼아 자라나고, 한번 머물렀던 땅은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한자리에서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멀리 뻗어 나가는 것이 삶의 목적인... 그 자체로 더스트를 닮은 식물이지요."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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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은 22세기에서 딱히 인기 없는 분야인 더스트 생태학을 연구하는 연구원이다. 어느 날 강원도 해월에서 기이하게 증식하고 있는 모스바나 제보와 '푸른 빛'이 떠돈다는 괴담을 듣고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이웃집 할머니의 푸른 빛이 퍼지던 정원, 그리고 수소문 끝에 알게 된 '랑가노의 마녀들'을 찾아나선다.

21세기 중후반엔, 자가증식하는 붉은 먼지 '더스트'가 지구를 휩쓸었다. 생존을 위해 전 세계에 수많은 돔이 설치되었다. 내성이 있던 인간들은 돔 안,밖에서 그런대로 살아갈 수 있었지만 실험의 대상으로 피를 뽑혔고 내성이 없다면 그대로 더스트에 노출되어 즉사하거나 돔 안에서만 연명할 수 있었다. 대혼돈의 시기. 종말을 향해가는 절망적인 나날들. 그럼에도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침내 재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유일한 도피처 '프림 빌리지'에서 '랑가노의 마녀들'의 거대한 이야기 줄기가 시작된다.

📖위에서 인용한 106쪽에 모스바나를 설명하는 문장은 읽을 수록 인간에게 대입해도 틀린 말이 아니지 않은가...' 더스트'를 닮은'모스바나', 모스바나를 닮은 인간. 멸망의 속도를 촉진시키는 존재는 인간으로 귀결되는 은유적 표현처럼 다가왔다면 인류 구원의 시발점이었던 '프림 빌리지','온실' 다시 '모스바나' 또한 '인간'에 의한 것이었다. 나는 묘한 이 기류에 동동 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별과 배제, 약탈과 불신이 난무하는 세계를 지키는 온기에 대해 생각한다.

어떤 영웅도 신적인 구원자도 등장하지 않지만 무기를 장전하는 대신 작은 덩굴 식물을 품에 안고 세계 곳곳으로 달리고 달린 그들이, 서로를 향한 약속과 믿음이 모든 걸 대신했다고. 온기는 아주 평범한 것에서 부터 이렇게 태어난다는 것을 여실히 느낀다. 어쩌면 소설이라는 장르를 떠나 그저 믿고 싶은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이런 믿음은 필요하다고,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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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할게요. 가서 식물들을 심을게요."

🔖해 지는 저녁, 하나둘 불을 밝히는 노란 창문과 우산처럼 드리운 식물들. 허공을 채우는 푸른 빛의 먼지. 지구의 끝도 우주의 끝도 아닌, 단지 어느 숲속의 유리 온실. 그리고 그곳에서 밤이 깊도록 유리벽 사이를 오갓을 어떤 온기 어린 이야기들을. P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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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서평단에 신청하여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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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끝의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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