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음 - 타인의 역사, 나의 산문
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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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음 _ 타인의 역사, 나의 산문》
박민정 /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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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우울을 가만히 지켜볼 수 있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제대로 된 소설가라고 생각한다. 자기 불행을 가만히 개관할 수 있는 사람. 유난 떨지 않고 도망가지 않고.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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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처음 접하는 작가의 글이 산문일 때, 산문을 읽은 후 '이 작가의 소설을 꼭 읽고 말테야!'하는 의지가 샘솟는다. 반면, 이번엔 생소한 경험을 했는데 박민정 작가의 소설을 먼저 읽지 않은 아쉬움이 먼저 들었다. 책속에서 말하는 소설의 내용이 윤곽은 잡히는데 입체적으로 살아나지 않아 작가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지 못하는 개인적인 아쉬움. 문학에 대한 솔직한 입장, 퇴고를 하고도 지속되는 고민을 여러번 고백하는 그녀는 정말 어떤 소설가인지 궁금증이 증폭되곤 했다.

차별화 혐오를 경험하고 목도하며 자신의 "최초의 기억"에서부터 "잊지 않기 위해" 부단히 기록한 문장들. 집안내에서 실제 있었던 해외입양, 여전히 상처로 남은 어린 시절의 폭력적인 기억, 한국 사회 만연한 여성 혐오 같은 다소 어둡고 묵직한 기운이 감도는 과거 또는 현재를 피하지 않고 정면을 응시하는 단단함이 느껴진다. 물론 그만큼의 용기도 필요했으리라. 그렇게 모인 문장들은 “개인사는 희미한 기억일지언정 나의 산문으로 재의미화”하는 작가의 의지도 엿보이고. 좋아하는 문장 중 하나다.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이 글이 나에게까지 무슨 방법으로 당도할 수 있었을까. 두려우면 두 눈부터 질끈 감아버리는 내가 타인의 역사와 이 산문을 힘껏 끌어 안을 수 있는 용기를 내본다. 읽는 이들로 하여금 '우리'의 이야기로 뻗어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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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도처에서 야차가 달려오는 사회이며, 야차가 달려오면 칼춤이라도 춰야 하는 것이다. 왜 그렇게 성을 내냐고 묻는 자신의 모습을 삼인칭으로 바라보는 일, 뿌리 깊은 혐오사회에서 선행되어야 하는 일은 그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p93

🔖순전히 언어 때문에 사무치던 상처를 생각한다. 나의 말이 누군가에게 비수가 되고, 누군가의 말이 나를 아프게 만들 때. 그와 내가 동일한 모국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서러워서 언어를 처음 배우던 순간을 호출하곤 했다. 아직 아무런 의미도, 즉 어떤 경험도 담지하지 않은 우리말의 자음과 모음.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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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에 신청하여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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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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