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어나 맺는 관계는 가족으로 시작해서 학교 친구들, 사회생활 혹은 결혼 후 시댁까지 얼마나 많았던가. 워낙 내향인에 낯가리는 것은 물론 표정관리조차 제대로 못하던 내게 인생 최대 난관이 있었다면 '엄마'가 된 이후로기억한다.그동안 인간관계가 나와 당신, 1:1 다이렉트로 연결된 것이라면 딸로 인해 이어진 관계는 가운데 항상 딸이 있었다.나 -딸 -어린이집 친구의 -엄마나-딸 -유치원 친구의 -엄마나-딸- 학교 친구의 -엄마이전에 1:1관계에서는 맺고 끊음이 확실했으나 아이가 중간에 있은 후부터는 안볼래야 안 볼 수가 없는, 싫은 티 낼래야 낼 수가 없는, 혹여 내 아이에게 영향이 미칠까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김태연이란 이름보다 '밍찌엄마'로 더 많이 불리며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활동중이랄까?아마 이런 경험은 나뿐만이 아닐 거라 생각한다. 혹은 전혀 해당하지 않거나. (정말요?)이 책을 처음 봤을 땐 '세상에! 이런 책이 있구나!!!' 게다가 나와 스타일이 다르고 상황이 다른 엄마와의 관계에서부터 나와 다른 '내 아이'와의 관계엄마로 사는 나와의 관계까지.엄마로서 사는 엄마들을 위한 엄마 관계 심리서다!차례를 보고 내 성향에 맞는 쪽에 체크하며 제일 궁금한 부분부터 찾아 읽었다.외향적인 엄마x내향적인 엄마잠이 없는 엄마x잠이 많은 엄마아이의 '습관'에 집착하는 엄마x아이의 '자유'에 집착하는 엄마자신에게 집중하는 엄마x아이에게 올인하는 엄마 등등..나는 내향적이며/잠 못자면 큰일 나는 사람이라 분명히 아는 것이 있는가 하면 아이의 '습관'과 '자유' 그 경계선에서 있었고 나에게 '집중'과 아이에게 '올인'에서는 한참 헷갈리기도 했다. 이렇게 부분부분 찾아 읽다가 결국 모든 페이지를 다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제일 중요한 것은 이 책에서 언급한 성향이 다른 두가지 조건을 비교하며 어떤 게 더 낫고 옳은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나는 어떤 성향의 엄마인지 알아가고나와 다른 엄마의 다름도 알아가는 것.알아가는 것을 넘어서 이해가 되는 것.죽었다 깨어나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이나와 다른 저 엄마라면 그냥 인정하는 것을깨닫기만 해도 된다.한가지 염두해둬야할 것은 엄마들의 관계에서 명백한 해답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다양하고 세세한 사연들을모두 대변할 수 없고 당사자들만 아는 갈등은 이보다 깊을 수 있다. 하지만 엄마 입장이 되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법한 낯선 애매함, 불편함, 감정소모에 대해 애써 숨기거나 감춰야할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