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편안한 죽음 을유세계문학전집 111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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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편안한 죽음》
#시몬드보부아르 / #을유문화사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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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서 엄마의 죽음은 탄생과 마찬가지로 신화적인 시간의 차원에 속한 것이었다. 그래서 엄마가 돌아가실 만큼 연세를 잡순 거라고 말햇을 때, 그건 내가 했던 다른 수많은 말처럼 빈말에 불과했다. 그런 내가 이번에 처음으로 엄마에게서 산송장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었다. P26

📖어느 날, 일흔 여덟의 그의 어머니는 욕실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고 입원했다가 암을 발견한다. 소식을 듣고 로마에서 급히 돌아온 보부아르는 어머니 곁을 지킨다. 이때의 경험으로 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기록한 자전적 소설, <아주 편안한 죽음>은 문학적 글쓰기의 정점이자, 보부아르를 드러내는 가장 비밀스러운 작품으로 꼽힌다.

📖그의 어머니는 가부장적 삶에 철저히 편입된 아내였고 자신을 잊으며 소진해 갔다. 사랑과 봉사, 헌신따위의 이름으로. 남편의 죽음후에 경제적으로 자식 신세를 지게 되었을 때도 남편에게 그랬듯이 딸들을 조심스럽게 대한다. 특히 가장의 역할을 하는 보부아르와 어머니의 관계는 더욱 그랬다. 서로를 속박하지 않는 계약 연애를 하고 페미니즘 운동 선봉에 섰던 유명한 작가 보부아르의 삶과 대조해보면 둘의 관계가 애틋하거나 원만할 순 없었다. 보부아르의 지적인 면을 높이 평가하던 어머니는 딸을 어려워했고 그로인해 어린시절부터 어머니를 향한 빈틈 없는 성벽은 분노와 오해도 함께 쌓여 서로 좁힐 수 없는 거리감만 남겼다. "너 말이다, 나는 네가 무섭단다." p95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조금씩 허물어진다. "마구 만지고 마음대로 다루는 전문가들의 손길에 내맡겨진, 의지할 데라곤 하나 없는 가련한 몸뚱이"에 불과한 어머니를 처음 본 날, 어머니에게 덧씌워 왔던 틀과 역할,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자 '엄마'가 아닌 병든 육체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한 '여성'이자 '인간'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게 그것은 충격과 연민, 혼란스러움과 유대감을 불러 일으켰고 어머니의 삶을 대면하는 계기가 된다. 죽음의 코앞에서 재발견한 어머니의 삶이란 "받아들여지지 못한 탐욕, 비굴함에 가까운 고분고분함, 희망, 비참함, 죽음과 대면해서뿐만 아니라 살아오는 동안 내내 느껴 왔을, 하지만 털어놓지 못했던 고독함"이었다. 이들에게 병상에 죽음의 기운이 점점 짙게 뒤덮일수록 세포 구석구석까지 연결된 진정한 '보호자' 역할을 수행하며 그동안 어떤 대화로도 해내지 못했던 관계는 화해의 길로 들어선다. 서로 다른 세계가 화해로 나아가기까지, 그 과정엔 죽음이 있었지만 누구에게도 후회를 남기지 않은 <아주 편안한 죽음>으로 받아들여진다.

🔖프랑수아즈 드 보부아르
이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자신의 이름으로 불린 적이 거의 없는, 잊힌 여인에 불과했던 엄마가 한 명의 주체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P146

📖보부아르가 경험한 가장 가까운 타인의 죽음을 공유하면서 마무리하는 문장은 사뭇 묵직하다. 인간에게 죽음은 하나의 '부당한 폭력'이라 말하면서도 그의 어머니는 비교적 '편안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비교적이란 개인마다 다를 고통의 크기를 말하는 걸까, 상황과 여건의 차이일까, 아니면 극심한 공포와 불안의 유무? 혹은 죽음을 직면하기 전에 느낄 수 있는 것들에 대비해 독자를 위한 배려로써 이 글을 남긴 것은 아닐런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여기까지 다다르자 자연스레 엄마의 이름을 떠올렸다. 내게도 한 명의 주체적인 여성이 존재하는 것을 잊지 않도록, 나 또한 딸에게 잊혀지지 않을 내 이름을 새겨주는 마음으로 나지막히 오래오래 소리내어 불러본다.



🔖자연스러운 죽음은 없다. 인간에게 닥친 일 가운데 그 무엇도 자연스러운 것은 없다. 지금 이 순간 인간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 이는 그 자체로 세상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하지만 각자에게 자신의 죽음은 하나의 사고다. 심지어 자신이 죽으리라는 걸 알고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인간에게 죽음은 하나의 부당한 폭력에 해당한다.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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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편안한죽음
#제2의성 #장폴사르트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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