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중이야
민은혜.박보람 지음, 생리 자문단 감수 / 마음의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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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중이야》
민은혜, 박보람 지음 / 생리 자문단 감수 / #마음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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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군에게도 생리대는 빌려준다'는 여자들만의 생리 공감이 담긴 이 책은 초경을 시작하는 아이부터 완경기에 이른 중노년까지 모두가 쉽게 볼 수 있도록 만화로 만든 '생리 바이블'이자 '생리 백과사전'이다. 생리 문외한인 남성들이 여성들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이기도 하다.

📖생리 23년차, 이정도 됐으면 제법 도가 트거나, 컨디션 조절정도는 내 맘대로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매달 불편하고 매번 짜증스럽다. 머리로는 이해하면서 몸은 그렇지 못하다는 현실의 아이러니한 조합을 매달 그러러니 받아들이다가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있었으니, 그건 올해 아홉 살이 된 딸의 말때문이다. "엄마, 나도 조금 있으면 생리대 같이 쓸 수 있겠다!" 응..? 내가 열두 살에 초경을 시작했으니 딸의 말이 아주 먼 얘기도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요즘 애들은 빠르다던데 온갖 걱정과 초조함이 나를 뒤덮었다. 그럼에도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일까.. 고르고 골라봐도 생리대 사용법과 '축하해'라는 말정도가 전부일 것만 같아 한심했고 (내가 들었던 '축하해'는 하루종일 원망의 마음에 불을 지폈는데, 도대체 이 불편하고 아픈 일이 어떻게 축하할 일인가... 하는 어이없음이었다.) 23년동안 난 매달 뭘 한 걸까... 비로소 드는 회의감도 얼핏 있었던 것 같다.

📖만화 형식의 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길 것 같았으나 내용만큼은 꼼꼼하게 챙겨 넣은 것이 보였다. 단순히 자궁에 난소, 난포등 그림으로 설명해놓은 것이 아니라 생리도 장비빨이라는 말에 걸맞게 다양한 생리용품들 소개, 거짓 광고 상술 거르기같은 꿀정보! 근로 기준법에 의거한 '생리 휴가', 생리로 인한 고통 때문에 결석시 그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지 않은 권리도 일러준다. (세상에! 난 그 흔한 개근상장 하나 없는데!) 특히 국내 생리대 지원 사업에 대한 정보는 많은 학생들이 알아두었으면 싶었고:) 그뿐인가, 다양한 경험담과 속설은 언제봐도 새롭고 공감대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나는 이 주제로 밤새 수다를 떨수도 있다. (망할! 생리통😑) 이야기의 흐름은 자연스레 폐경=완경기를 다루고 생리를 경험해보지 못하는 남자들의 입장에서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으니 성별불문하고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남편 역시 관심 갖고 읽은 책이기도 하고.

📖하지만 생각할 거리를 가장 많이 던져준 건 <3부 사회야, 함께 생리하다> 여전히 생리는 비밀스럽고 부끄러운 일처럼 취급받기 일쑤다. 중동 쪽 항공사에서는 생리통 호소시 강제 하차를 당하기도 한다. 생리대 구매시 까만 봉지는 조심스럽고 당연한 배려처럼 여겨진지 오래다. 배려 자체가 나쁜 게 아닌데 그런 배려를 당연하게 만드는 뿌리 깊은 사회문화가 오래된 탓이겠다. 산부인과의 문턱은 심리적으로 높기만 하고 생리를 생리라 부르지 못하고 돌려 말하는 나부터도 그렇다. "생리는 눈물, 콧물, 방귀, 대소변 등 모든 '생리 현상'의 줄임말"인 걸 알면서도 쉽게 '월경'이란 말이 나오지 않는다. 용어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 인류의 반인 여성이 생리를 하고 성별 관계 없이 모든 성은 여성에게서 태어나는데 한쪽 성에만 치우친 문화는 씁쓸하기만 하다. 그리고 어느 입장에서도 결코 평등치 않다.

📖딸에게 이론상 알려줄 수 있는건 책으로든 말로든 해줄 수 있을 것 같았지만(생리통은 직접 경험으로...💦) 이런 사회 현상에 깔린 전반적인 문화는 때마다 어떻게 알려줘야할 지 그것이 고민됐다. 물론 한국이나 전 세계적으로 변화의 바람이 부는 건 반가운 일이다. 나는 작은 손짓으로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다. 그것이 비록 내가 딸이 생기고 나서 시작할 수 있었던 점에선 부끄럽지만 딸이 내 나이가 되었을 쯤엔 '옛날 일' 정도가 된다면 그땐 덜 부끄러울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딸은 호시탐탐 이 책을 볼 날을 기다리고 있다. 언제쯤 보여주면 좋을까?.. 새로운 고민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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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서평단에 신청하여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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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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