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정채봉 지음 / 샘터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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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정채봉 /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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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이 넓을 수록 움찔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시詩일 것이다.
교과서에 수록된 시가 제일 낯 익으면서도 그마저도 거리감이 느껴지는건 시를 해부하듯 배웠기 때문이랴. 그렇다고 작년에 시집을 한권도 읽지 않을 필요는 없었는데..? 괜한 머쓱함에 시집 리뷰 쓰기전에 엄한 말만 늘어놓는 중이다. ㅋㅋㅋ 심지어 내 책장 한칸엔 시집만 40여권이 있고 개중엔 키이츠나 앨런 포우같은 시인의 시집도 있는데...😳 새해들어 첫 시집은 '성인 동화'를 새로운 문학 용어를 만들어 냈으며 내겐 아동문학 <오세암>으로 더 잘 알고 있던 정채봉작가다.
특히 작가가 남긴 유일한 시집이기도 한데 투병생활 중 틈날 때마다 쓴 시들을 막연한 사이였던 정호승시인에게 건넨 것들이다. 그래서인지 첫느낌으로 다가온 건 ▪️죽음 ▪️그리움 ▪️생生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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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절망하기 싫다
아직은 소유하고 싶다
면회 사절을 할 수 있는 것도
살고 싶기 때문이다
-<면회 사절> 中

🔖죽음을 막아서는
안타까운 절규
"안 돼!"
온몸을 던져서 막아서는
여인
그러나 죽음은
그 어떤 사정도
명령도 듣지 않고
무표정히
갈 길을 간다
-<통곡>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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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로 향하는 밀차에 누워 시인 곁에 단풍잎 같은 손으로 아빠의 슬리퍼 한 짝을 들고 있던 딸. 그는 마음속으로 말한다. "어쩌면 영원히 신을 수 없게 될지도 몰라", 죽어서는 '물새'가 되고 싶다던 작가는 죽음이 드리워진 자리에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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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中

🔖날이면 날마다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마구마구 울어서 엄마하고만 있겠습니다
할머니가 어르면 그 어름보다도 더 많이
까르르까르르 웃겠습니다
-<아기가 되고 싶어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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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그리움이 너른 들판에 작지만 분명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삶이였다. 삶을 이루는 보통날들의 소중함, "그가 붙들고자 했던 글과 마음들"은 살아갈 이들을 일깨워주는 귀감이 될 것 같다.

🔖시원한 생수 한 잔 주욱 마셔 보는 청량함
오줌발 한 번 좔좔 쏟아 보는 상쾌함
반듯이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보는 아늑함
(중략)
아, 그것이 행복인 것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네
이 하잘것없는 범사에 감사하라는
깊고도 깊은 말씀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네

🔖인간사 섬바위 같은 거야
빗금 없는 섬바위가 어디에 있겠니
우두커니 서서
아린 상처가 덧나지 않게
소금물에 씻으며 살 수밖에
-<바다가 주는 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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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사 <물방울 서평단 15기>활동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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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생각하는것이나의일생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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