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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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도에 개교한 플로리다주 마리아나의 도지어 남학교의 이야기의 실화 바탕으로

탄생한 《 니클의 소년들 》

억울한 사건으로 감화원으로 보내진 엘우드는 피부색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열악한 환경의 기숙사와 그와 마찬가지인 교육을 받고 노동의 현장에 투입된다.

열다섯의 한 소년이 무너지기까지 니클은 잔혹하고 비인격적인 힘으로 억압한다.

그곳에서 행해지는 폭력과 공포로 인해 어린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엘우드만의 근면하고 총명한 눈빛이 사그라든다.

"소등 시간까지 무사히 하루를 보내기 위해 고개를 수그리고

조심스레 행동하면서 그는 자신이 이겼다고 스스로를 속였다.

자신이 문제에 휘말리지 않고 잘 지내고 있으니,

니클에 한 방 먹인 셈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는 이미 망가진 상태였다.

킹 목사가 옥중 편지에서 말한 검둥이들처럼 변해버렸다.

오랫동안 억압당한 끝에 그냥 현실에 안주하며 멍해져서

그 현실을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침대로 여기고 잠드는 법을

터득한 검둥이." _p196

그러나 엘우드는 평생 최고의 선물이었던 <자이언 힐의 마틴 루서 킹> 앨범에서

킹 목사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그것은 니클 생활 전반에 곳곳에 인용되며

그에게 한줄기 빛이자 답이 된다.

"반드시 우리의 영혼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사람입니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존재이므로, 매일 삶의 여로를 걸을 때

이런 품위가 자부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니클에서 만난 친구 터너는 엘우드의 이런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존엄을 향한 인간의 열망, 살고자 하는 의지에 스미게 되고

'니클을 없애는 것'의 계획에 함께 한다.


엘우드의 어린시절을 통해 1960년 짐 크로법 시대에

버스 보이콧 운동,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연설, 흑인 인권 운동에 대한

묘사는 소설 속 배경을 더욱 실감나게 하는 튼튼한 장치가 된다.

엘우드를 지켜보며 한 인간이 어떻게 무력해지는지,

국가와 법에게 보호받지 못하는 인간의 존엄성은 누가 지켜야 하는지.

읽는 내내 나를 옥죄이곤 했다.

"어둠은 어둠을 몰아낼 수 없다.

어둠을 몰아낼 수 있는 것은 빛뿐이다.

증오는 증오를 몰아낼 수 없다.

증오를 몰아낼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다." _p223

올해 초에 읽었던 <형제복지원>사건을 다룬 소설 <은희>가 떠올랐다.

'미결'의 과제에서 '현재진행형'의 발걸음을 뗄 수 있었던 것은

수십년이 흘러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준 사람들 덕분이다.

<니클의 소년들> 역시 마찬가지로 엘우드는 니클 캠퍼스의 의문의 묘지에서

발견된 유해들을 위해 세상에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하는 일은 용기가 동반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 용기를 잊지 않음으로써 외면하지 않음으로써 어제보단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은행나무출판사 서포터즈 은행이2기 마지막 활동도서입니다.

은행나무 출판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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