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발걸음 - 풍경, 정체성, 기억 사이를 흐르는 아일랜드 여행
리베카 솔닛 지음, 김정아 옮김 / 반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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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발걸음》
#리베카솔닛 /#반비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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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닛은 어머니 쪽 혈통 덕에 아일랜드 국적을 얻고
"나는 기억과 정체성 사이의 상호작용, 몸의 움직임과
세상의 풍경 사이의상호작용을 탐구해보고 싶었다"에서
출발해 아일랜드 땅을 밟는다.

800년 동안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
20세기에 알제리에서 짐바브웨까지 그렇게 많았던
피정복국들 중 가장 먼저 독립을 쟁취한 나라.
여전히 북유럽의 제3세계라고 지칭되고,
저개발과 막대한 실업에 시달리는 나라.
다양한 종류의 문화적 갈등을 소규모로 압축하는,
땅덩어리도 작고 인종도 한정되어 있는 나라.
한때는 주민 전체가 감자 한 가지 작물에 의존하며
흑사병에 비견될만한 '감자역병' 대기근으로 100만 명이
죽었고 전체 인구의 1/4의 200만 명은 해외 이민이라는
피난을 선택한 나라.
지금은 인구 350만에 연평균 관광객은 300만 명인
이 나라에 대해 솔닛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장례식을 포기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
대기근으로 죽은 아이를 관에 집어넣으려면 다리를
분지를 수밖에 없었고,시체인 줄만 알았던 아이가 가냘픈
신음소리를 내며 살아돌아왔을 땐 코크 카운티를 도는
걸인이 되었다.
솔닛은 2차 세계대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이야기가 거의 없었지만 무려 150년 전에 있었던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생존자를 기억하는 사람에게서 듣는다.

🔖"시간 그 자체가 탄력적이라서, 똑같이 먼 과거라고
해도어떤 과거는 이야기가 되어 살아 숨 쉬고 있고 어떤
과거는 침묵 속에 묻혀 있다." p132

📖솔닛의 말처럼 책 속에는 침묵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이야기들이 자연과 역사로 시작해 정치, 문학, 환경, 인물,
더 멀리 보면 세계사까지 한 챕터씩 나아갈 때마다 선명한
발자국을 남기며 등장한다.

조이스의 <율리시스>부터 독립영웅 로저 케이스먼트,
성 패트릭,더블린과 버른, 펍, 모허 절벽도- 비정주 원주민
트래블러의 기원까지. 그리고 솔닛의 사적인 영역의
이야기는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솔닛이 마주친 장소와 사람들로 아일랜드를 이토록
폭넓게 볼 수 있을 줄이야, 솔닛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가능한 일이었을까. 아일랜드를 더 깊이, 충만하게
사유할 수 있도록 이끄는 문장들이 곳곳에서 반짝였을 때,
나는 오래도록 보고 싶었고 조금만 더 깊이 아일랜드에
닿길 바랐다.

한 손에는 책을, 다른 한 손에는 검색한 사진을 보며
아일랜드를 마음속에 그리고 한 챕터를 마무리할 때마다
깊은 곳에서 퍼지는 벅찬 느낌을 필사로 기록했다.
그때마다 흐릿했던 아일랜드의 이미지는 한낱 타국
풍경에서 그치지 않고 풍경에 깃든 이야기로 풍성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청년기의 솔닛의 몸이 움직였지만
결국 읽는 우리들의 마음을 들썩이게 만드는 책이다.


📖보통 리뷰 기한이 2주인 반면 <반비 출판사>는
이례적으로 한 달이라는 시간을 주었다.
왜?라는 의문과 함께 3주 동안 책과 발걸음을 맞추며
출판사의 배려와 선견지명에 감탄했다.
덕분에 천천히 사유하며 솔닛과 첫 만남을 기쁘게 마칠 수
있었다. 신간인 <그림자의 강>과 <마음의 발걸음> 동시에
볼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주저 없이 손에 들릴 작가를 만난 건 인생에서
더없이 큰 기쁨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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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몸의 위치뿐 아니라 기억의 위치,
상상의 위치를 바꾸어놓는다는 것, 처음 가본 곳들,
몰랐던 곳들이 주로 망각 속에 묻혀 있는 묘한 연상들과
욕망들을 끄집어내준다는 것, 그러니 여행자가 가장 많이
걷게 되는 길은 마음의 길이라는 것을 나는 그때 실감했다.
여행은 내가 나라고 생각지 않았던 나를 발견한 기회가
되어준다. 나의 무너지는 정체성이 내가 가보고 싶은
땅으로 이어지는 것이 여행이기에. p32


🔖시간이란 끊임없이 흘러가는 노동의 나날이 아니라
주기가 있고 무늬가 있는 그 무엇이라는 것, 시간과 시간의
만남은 기려져 마땅하다는 것을 기념일이 우리에게 알려준다. 미래의 구상뿐 아니라 과거의 기억도 현재의 사용에 달려 있다는 것, 과거란 현재를 만들어내는 살아 있는 힘이라는 것도 기념일이 우리에게 알려준다.
1년이 긴 문장이라면 기념일은 곳곳에 찍히는 구두점들이다.
p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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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닛북클럽 협찬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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