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의 달
나기라 유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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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의 달》
#나기라유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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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사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가정환경에서 자라지만
부모님을 잃고 이모의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된다.
하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면서(다카히로 나아쁜놈!)
로리콘이라 의심받던 대학생 후미를 따라간다.

흡사 인간로봇 같은 교과서적인 후미, 자유분방한 사라사.
둘의 동거는 한 사람에게는 억압된 자아에서의 해방이었고
또 한 사람에게는 두려움이 넘실대는 곳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의 피신이자 자신만의 모습을 이해받을 수 있는
유일한 세계였다.

하지만 세상은 '유괴사건' 으로 낙인찍고 후미는 감옥으로,
사라사는 보육 시설로 보내진다.
그들이 다시 만난 건 그로부터 15년 후-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긋나고 삐뚤어졌어도 서로의
곁에서만 온전해질 수 있는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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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진실이라는 간극 사이에 간절한 목소리는 외면되고
제 입맛에 맞는 말들은 '배려'라는 이름으로 공중에 떠돈다.
감당해야할 사람도, 디지털 타투로 지울 수 없는 상처도
피해자이거나 또는 진실을 아는 두사람의 몫이다.


🔖수많은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힘없고 순종적인 피해자'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언제나 가여운 사람으로
남아있는 한, 모두가 나에게 상냥하다.
세상은 그리 차가운 곳이 아니다. 그런 출구 없는 배려로
가득해서, 나는 그만 질식할 것 같다.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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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감정표현에 가슴 한켠이 자주 아렸다.
게다가 후미의 비밀, 료의 폭력, 리카의 순수함이 이야기에 더해져 미스터리함과 현실성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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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후 내게 남은 질문은, 사라사와 후미를 제외한 제 3자의 시선 중 내가 있었다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어떤 말도 보태지 않고 온전히 그들을 이해하고 믿을 수 있었을까?

#나의f코드이야기 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저자는 "그 죽음에 아는 바가 없으므로."
타인의 상황에 함부로 말을 보태지 않는다.

나는 종종 말을 입밖으로 꺼내기 전에 이 문장속 '죽음'에
다른 단어를 넣어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 사건에 아는 바가 없으므로."
"그 사람에 아는 바가 없으므로."

이 한문장이면 매섭게 차오르던 의문도 제자리에 가라
앉는다. <유랑의 달>이 던진 질문에 답을 찾던 중 구원은
내가 받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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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칠 길 없는 무게를 깨달은 그때, 나의 어린 시절은
끝났다. p80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혐오의 눈빛은 피해자에게도
해당되는 것임을 알고 아연했다. 위로나 배려라는 선의의
형태로 '상처 입은 불쌍한 여자아이'라는 도장을,
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쾅쾅 찍어댄다. p84

🔖외롭고, 기분 좋아. p231

🔖하지만 역시 혼자는 무섭다. 신은 어째서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p266

🔖유일한 구원은 그런 인간이 제법 있다는 점이다.
말이나 태도에 드러내지는 않지만, 비와 바람과 햇살을
있는 그대로 온몸에 받아들이며, 그래도 아직 한동안은
괜찮을 거라고 확증도 없이 멍하니 자신을 격려하며
살아가는, 그런 인간이 여기저기 숨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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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서포터즈 '은행이2기' 활동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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