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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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도 유튜브도.. 영상물은 거의 보지 않는다.
(책 속 작가와 같은 이유라 싱기방기)
라디오나 팟캐스트도 듣지 않는다.
그러므로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오로지
책을 통해서뿐인데 특히 에세이 분야는 다른 장르보다
작가의 호흡이 더 가깝게 느껴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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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쓰면 치유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내게 에세이 작업의 매력은 거기까지다.
세계에 맞선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세상과 흘러간다는 느낌이다.
긴 장편소설이나 논픽션을 쓸 때 비로소 세계와
싸운다는 기분이 든다.
그런 정신이 훌륭한 문학에 꼭 필요한 것이냐고
묻는다면 어느 쪽으로도 확답은 못하겠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책들은 다 이런 기상을
담고 있고, 내가 추구하는 문학도 그러하다.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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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부대>,<한국이 싫어서>, <표백>에 이어
4번째로 만나는 장강명 작가의 에세이
<책, 이게 뭐라고>

그의 소설을 겨우 3편 읽었지만 간담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시대를 반영한 기록을 소설의 형태로 탄생시키는 작가.
현실감으로는 단연 최고로 생각했다.
에세이는 그런 그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베어났고
자신만의 확고한 정체성은 '장강명'이라는 세계관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런 것들이 그가 작품을 써내는 원동력이자 근원이
아닐까? 다만 몇몇 부분은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지만
그건 그것대로 소신 있는 발언들이었다.
작가가 추구하는 문학관이라면, 개인이 주장하는
견해라면 존중하는 수밖에.
독자 입맛 맞추느냐 에둘러 말하는 스타일도 아닐 테고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이상 비난받을 일도 아니니까.
다만, 그가 꼬집었던 몇몇 주장은 세상에 내놓는 작품들이
어떻게 팔리는지, 독자가 원하는 니즈에 대한 순환고리를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감성 에세이나, 초판본, 리커버, 자주 언급되는
시시한 책이라거나 내용 축약된 '청소년을 위한',
'만화로 읽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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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사명은 오히려 세상과 불화하는 데 있고,
또 그것이 작가의 숙명이라는 개념에 사로 잡힌'
작가처럼 마냥 편하게 읽힌 책은 아니었지만 밉지만도
않았던 것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책'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격한 공감을 자아내지 않더라도 서로 다른 의견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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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제일 백미는 각 장 끝에 부록처럼(?) 있는
'장강명의 읽고 쓰는 세계' 편이었다.
1. 내 인생의 책, 2. 끝내주는 책, 3. 숙제 같은 책,
4. 충동 대출을 권함을 소주제로 책 추천 코너였는데
언급된 몇 가지 책을 언젠간 읽고 말리라는 결심과
함께 <블랙 달리아>와 <악령>을 제일 앞줄에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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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는 감성의 영역이며, 우리는 무례한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감수성을 키워야 한다.
윤리는 이성의 영역이며, 우리는 비윤리적인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비판 의식을 키워야 한다. p55

🔖불화의 근원을 탐구하려는 의지가 나의 연료다.
그런 의지를 극단으로 밀어붙이려는 자세와 집요함이
나의 무기다. 그런 태도는 대인 관계에는 도움이
안 되지만, 글쓰기에는 좋다. p229

🔖내 필력은 더 나은 글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을 때
아주 더디게 나아질 것이다.
나는 그 괴로움을 택하고 받아들인다.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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