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전쟁> 미래를 저당 잡힌 사람들 
 

누구를 위한 연금인가
<복지전쟁>, 로저 로웬스타인 지음, 손성동(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옮김, 한국경제신문 펴냄

복지란 무엇인가? 받기만하는 복지천국은 과연 존재하는가?
전 세계가 고령화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치며 여기저기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은 엄청난 재정적자를 안고 살고, 영국과 프랑스는 공적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높이는 과정에서 국민과 마찰이 있기도 했다. 이러한 난관과 마찰 속의 중심에 ‘복지’가 자리 잡고 있다. ‘빛의 속도로 늙어간다’고 표현할 만큼 급속한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도 최근 복지논쟁이 한창이다. 혜택을 받는 이와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이들 간의 갈등이 팽팽하다.
<복지전쟁>은 잘못된 복지의 치명적인 위험을 신랄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칼럼니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로저 로웬스타인은 이 책에서 잘못된 복지가 개인, 기업, 국가의 경제적 근간을 흔드는 과정을 사례별로 깊고도 날카롭게 추적하고 있다. 제1부에서는 미국을 대표했던 자동차기업 ‘GM’이 과도한 퇴직연금부채로 파산에 이르는 과정을, 제2부는 뉴욕정부와 공무원 노조 ‘전미운수노동조합’의 연금을 둘러싼 갈등, 제3부는 ‘샌디에이고’의 연금을 둘러싼 음모와 운용 비리 사건을 다루고 있다.  


길어진 수명과 낮아진 출산율 등 인구학적 변화와 함께 끊임없이 부침을 거듭하는 경제 환경을 고려해 연금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는 고령화시대를 살고 있는 전 국가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저자는 연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연금문제를 단순히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맡겨놓는 일은 현명하지 못하며 미래세대에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없도록 미래 지향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연금제도가 성장해온 과정을 살펴보면 급속한 고령화 진행 속도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랜 기간 연금제도를 운용해 오면서 미국은 여러 차례 성장통을 겪었다. 실패와 위기극복의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가 발전하는데 있어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될 것이다.  


다만 이 책을 이해하는데 있어, 미국과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간의 차이를 알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에서는 근로자가 은퇴한 이후에 종신 동안 연금을 지급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DB형 퇴직연금에서는 근로자가 퇴직할 때까지의 연금부채만 책임지는 구조이다. 이런 차이로 인해 미국의 확정급여형은 인구고령화에 따라 연금재정에 큰 부하가 걸리지만 우리나라의 확정급여형은 그렇지 않다.  


연금개혁이 쉽지는 않지만 정부는 연금재원 부족을 막거나 늦출 수 있는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래는 언젠가 현실이 된다. 저자가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의 미래가 뼈아픈 현실이 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개인 혼자서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부는 투명하고 현명하게 연금개혁을 이뤄야 하며, 기업도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근로자가 퇴직연금제도를 활용해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개인 역시 스스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미래를 저당 잡히고 싶지 않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공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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