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의 대화
구스타프 야누흐 지음, 편영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진지함. 깊은 두 눈. 마른 몸매. 곧은 등. 굳게 다문 입술.

그 남자를 생각하면 언제나 이런 모습이 연상된다.

 

카프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있다.

혹자는 카프카의 작품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나는 카프카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어쩌면 나는 그의 이미지를 통해서 조금,

그의 작품들을 통해서 조금, 조각난 헝겊들을 이어붙이는

퀼트처럼 카프카를 상상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작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것일까

그를 좋아한다는 것일까

 

아마도 두 가지가 혼합된 의미일 것이다.

 

그렇지만, 언제나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고 싶어한다.

그런 작가 중에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카프카다.

그는 자신의 작품 속에 꽁꽁 숨어버린다.

그리고 그 작품 자체를 숨켜버리고 싶어한다.

그런 딜레마와 치열한 완벽으로의 이상이 그를 더욱

훌륭한 작가로 거듭나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카프카와의 대화> 속에는 주요 인물 두 사람이 등장한다.

한 명은 카프카, 그리고 그와의 대화를 기록하고 편집한 구스타프 야누흐다.

책을 읽어 나가는 동안, 나는 카프카보다 야누흐 쪽에 많이 서 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야누흐처럼 나도 카프카의 여러가지 주제에 대한 심오하고 예리한 견해를

잘 못 알아들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들에는 전혀 군더더기가 없고 오로지 자기 자신의 눈으로

예리한 관찰력으로 세상을 보고자했던 그의 노력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독단과 주관의 불완전함에서 벗어나 한 개인이 가질 수 있었던 가장

깊고, 심오한, 그러면서도 객관적인 이야기였다.

이 책에 그어진 많은 밑줄이 그것을 대변한다.

 

 

욕을 하는 자는 영혼을 모욕하는 자예요. 그것은 은총에 대한 살해 기도죠.

... 왜냐하면 말을 한다는 것은 심사숙고하고 경계를 정한다는 뜻이기 때문이죠.

말은 생과 사를 결정하죠.

 

 

인상에서 인식에 이르는 길은 종종 아주 힘들고 아득히 멀죠.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은 단지 허약한 방랑자에 불과하죠.

 

 

시간은 지속이며, 몰락에 대한 저항이며, 미래의 가능성과 새로운 지속에 대한

희망과 연결되어 있어요. 또한 시간은 모든 현상에 의식적인 존재를 부여하는 변화죠.

 

 

이 책을 읽어나가노라면, 발길에 툭툭 채이는 돌처럼

줍기만 해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이 곳곳에 박혀있다.

하지만, 그 돌들은 카프카라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다듬고 빛낸 것들이 아니다.

카프카 자신 안에서 아직 다 캐내지 못한 원석같이 투박하지만 강인한 빛을 내뿜는 것들이다.

이런 문장들과, 생각들과의 만남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보너스로 산책을 좋아하고 친한 친구들과 깊이있는 우정을 나누고,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하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는 카프카와도 만날 수 있다.

그는 그가 하는 일 - 노동자재해보험공사 근무- 에 대해서 많이 갈등하고, 힘들어했다.

하지만 끝까지 책임있는 태도로, 그리고 생활인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것으로

그 일을 묵묵히 해냈다. 작가와 생활인으로서의 거리감은 그를 힘들게도 했지만,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며 작품활동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 책을 다 읽고 생각한다. 나는 카프카에 대해서 무엇을 더 알고 싶었던 것일까?

하지만 선뜻 대답할 수가 없다.

그에 대해 안 것을 이야기하기보다, 그를 조금더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저, 카프카에게 한걸음 가까이 다가선 것이라고 주억거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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