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혁명가 김원봉
허영만 지음 / 가디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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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020년 8월 15일은 광복 75주년 이었다. 내가 살아온 인생보다 더 오래 전 일이기 때문에 한참 된 역사 같지만, 75년이면 한 사람의 인생보다도 짧을 수 있는 시간이다. 아직 그 시절을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고 당시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을 분들도 계실 듯 하다. 그렇게 가까운 일임에도, 당시의 사회를 잘 알지 못한다. 교과서에서 본 수많은 독립운동 단체들, 그와 관련된 지역, 인물 등을 머리아프게 외웠던 기억만 있다. 유명 독립운동가의 대표적인 업적정도만 알지, 그 인물의 일대기를 제대로 아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어릴적 위인전으로 몇번 접해봤을까. 기억에 잘 남아있지는 않는다.


이 책 『독립혁명가 김원봉』은 의열단을 조직하고 조선의용대를 창설한 약산 김원봉의 독립운동 일대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첫 시작이 김원봉의 어린시절이 아닌 것은 조금 아쉬웠지만, 21세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망명한 이후 22세 부터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이 책은 허영만 작가님의 책으로 독립운동이라는 다소 긴장되고 싸늘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그림체였다. 다만, 섬세한 표현보다는 거친 표현이 주를 이루다 보니 표정이나 인물들의 세세한 묘사보다는 스토리 흐름에 중심이 되고 있다. 내용 자체도 대화보다는 해설 위주의 전개가 많아서 알차게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만화로 되어 있는 책이지만 어린이를 위한 책보다는 청소년, 성인들이 읽기에 더 좋은 것 같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김원봉은 아주 강력한 민족주의자이자 애국자인 투사였다. 그가 어떻게 이런 다부진 마음을 가진 독립투사가 되었는지 성장기가 없어 조금은 아쉽지만, 중국에서 의열단을 조직하고 많은 동료가 희생됨에도 흔들리지 않고 일본을 물리치겠다는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대단했다. 28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올 때 까지 수많은 거처를 옮기고, 늘 긴장된 상태로 살아왔다는 것이 존경스러웠다. 가장 마음 아픈 것은 30년 가까이를 타지에서 한 번도 잡히지 않고 일본의 두려운 존재가 되었는데, 광복 후 돌아온 조국에서 그는 한 번 그것도 같은 민족에게 잡힌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에 붙어 지내다, 광복 후에 또 정권에 붙어 자신의 이익만 쫓은자. 당시의 김원봉 모습을 어찌나 안쓰럽게 표현을 했는지,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광복 후 우리나라 상황을 깊게 다루고 있지 않지만, 당시 친일을 확실하게 처단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안타까운 듯 하다. 그런 고초를 겪고 얼마지 않아 여운형의 장례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접고, 끝내 월북을 하며 이 책은 끝이 난다.


일평생을 나라의 독립만을 위해 바친 한 사람, 그 독립은 우리 민족의 힘으로 얻어야 함을 강조하며 희생을 감수하고 강력한 투쟁을 이끌었 던 사람. 나라는 독립을 했지만, 돌아온 나라에서 경찰에 잡히는 수모를 겪어야 했던 사람. 그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며 월북을 택했을까. 자신이 사랑했던 조국이 둘로 나뉘어진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 책을 통해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의 인생을 쫓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커다란 사건 위주라, 독립운동을 하는 것이 어떤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인지, 그의 삶이 어땠는지는 들여다 볼 수 없었지만, 그가 어떤 마음으로 그 시간들을 이겨냈을지는 조금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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