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뒤편 - 근대 여성시인 필사시집
김명순 외 지음, 강은교(스놉) 캘리그래피 / 제우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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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여류시인 김명순, 나혜석, 김일엽, 강경애, 백국희의 시가 담긴 시집이다. 시에는 시인이 살아가는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현재에도 유리천장이다 뭐다 해서 여성들의 삶은 제약이 있지만, 유교의 국가 조선에서 대한민국으로 넘어오던 그 시대의 여성들의 삶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처참했으리라. 사회적인 제약을 넘어 가정에서 조차 차별받아야 했던 그들의 삶을 누군가는 기록하고 누군가는 소리쳐야했다. 그런 목소리들이 쌓여서 가정이 변화하고 사회가 발전해 나갈 수 있었을 테니. 이 책 『달의 뒤편』에는 그 당시를 살아가던 그녀들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시집을 엮으면서 제목을 왜 『달의 뒤편』이라고 지었을까. 태양이 뜨면 존재를 숨기고, 밤이 되어서야 빛을 내는 달. 그 달에서도 앞면이 아닌 뒤편. 어쩌면 그 시대의 여성작가들의 삶도 그랬을지 모른다. 여성들에게는 교육의 기회도 적었을 뿐더러 작품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도 제약이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글을 썼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소신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책에는 그녀들의 인생에 대해 아주 간략하게 소개가 되어 있는데 그녀들이 쓴 시 만큼이나 강인한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그것은 삶의 발자취에만 남은 것이 아니라, 그녀들의 시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때론 섬세하게, 하지만 때론 또 강렬하게 노래하는 시였다.

 

이 책은 필사시집으로 엮여 있는데, 여백이 많아서 책에 바로 필사를 할 수 있다. 꼭 필사를 하지 않더라도 여백이 주는 여운마저도 고마운 책이었다. 힘들었던 시절, 어쩌면 더 많이 힘들었을 여성들의 삶. 그때 그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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