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머무는 밤
최성우 지음 / 채륜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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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 살아보자 우리."

하루의 정신없는 분주함들을 견뎌내고 밤에 모든 감정들이 몰려올 때에
그 때에 글을 적는 것만 같았던 감성들이 가득 들어있던
최성우 작가님의 에세이 <시선이 머무는 밤> 에서는
프롤로그와 3가지 목차, 그리고 에필로그로 나누어져 있다.

+01. 어른이 되어서도 모르는 게 많아서

+02. 기억은 오늘을 버틸 힘이 되고

+03.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니까

이렇게 세가지 목차로 구성이 되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2번의 '기억은 오늘을 버틸 힘이 되고' 편이 가장 좋았다.

평소에도 기억하는 과거들을 끄나풀삼아 연명하듯 지내는 경우가 많아서
이 2번 목차가 나에게는 상당히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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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4-79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위하여]에서 발췌.

살아가는 나날 속에서 생활의 여울물에 휩쓸릴 때,
그러니까 겨를없는 삶 속에서 수많은 과업과 관계들에 이리저리 치이며
몸과 마음이 헛헛해질 때, 우리는 일상이 주는 작은 기쁨을 잊곤 한다.
사실 우리 삶은 그리 크지 않은 것들로 이루어져 이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나 역시 대단한 기쁨과 커다란 성취만을 위해
나의 피로를 헌납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많다.
그럴 때면 피천득의 수필에서처럼, 일상을 따라가며 우리의 생활을
이루는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한다.

(중략)

봄에 태어난 나는, 약동하는 봄날의 생명력을 사랑한다.
여름처럼 강렬하지도, 가을처럼 충만하지도 않지만
조용히 모든 시작을 움 틔우는 겸손한 봄을 닮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들을 묵묵하고
겸손하게 챙길 줄 아는 봄을 닮은 사람이 되고 싶다.
작고 아름다운 것들에 둘러싸인 나의 삶을 감사히 여기며,
작고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다.

*p.130 [우리에겐 가면을 벗을 곳이 필요하다]에서 발췌.

(중략)

가면을 쓰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라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요즘이다.
가면 너머의 진심을 보여주는 이들이 되려 고약한 일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진심이 휴지 한 조각보다도 더 쉽게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모습이다.
우리는 이런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버텨내기 위해서 나의 진실된 표정과
감정을 감추고 그 위를 인위적인 가면으로 덮는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그 가면을 바꾸어 쓰며 살아간다.
부조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누군가의 누구로서, 어딘가의 누구로서
각자에게 부여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스스로의 모습을 꾸며낸다.
좋은 선배, 좋은 후배, 좋은 직업인,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는 늘 더 '좋은' 가면을 쓰려 한다.

물론 때와 장소에 맞게 가면을 곧잘 바꾸어 쓰는 것은 엄청난 능력일 수도 있겠다.
진심보다는 사회성이 더 귀한 값으로 환산되는 게 바로 '사회' 생활일 테니까.
그러나 그 가면이 우리를 이따금 외롭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무엇이 진짜 내 모습일까'하는 고민 앞에서 끝없이 혼자가 된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잠시 가면을 벗은 채로 마주할 '진실된' 관계들이 필요하다.
가면 뒤에서 숨죽이던 우리의 민낯을 쉬게 하고, 다시 또 가면을 걸칠 준비를 할
이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 안에서 우리는 조금 덜 외로워진다.
'이것이 진짜 내 모습이지' 라고 느낄 수 있도록 뒤궂ㅇ한 시간을 건네주는
친구가 있다는 생각에 조금이나마 덜 외로운 밤이다.

"어디냐, 소주나 한잔 하자." 녀석에게 전화를 건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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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에세이는 일상속에서 가족들과 느꼈을 수 있던 사소한 기억들도
평범할 수 있는 평상시 우리들의 상황들 중에서 느낄 수 있는 힐링포인트들도
참 편안하게 읽어내릴 수 있게 자연스레 풀어 놓은 글들이 맘에 들었다.

더욱이 마음이 참 따뜻해지는 글들이었다.
사람에 지치고 사회에 뒤쳐질까 아득바득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사실 쉴 곳이라곤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집에서도 그렇고 마음속에서도 여유가 없기 때문에.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나를 스스로 다독여줄 수 있는 여유를 품어내려고 노력하는게 중요하다.
최성우 작가님의 글들에는 그런 부분들의 필요성이 강하게 나타나 있다.

삶이 퍽퍽하고 꽤 까끌거리는 상처들이 많다고 느낄 때에 마음을 안정시켜줄 그런 밤이 필요하다면
최성우 작가님의 에세이 <시선이 머무는 밤> 속에서 조금은 위로받아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이상, 서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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