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김보리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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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사는 것에 변명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랑은 하고 싶다.
아주 열심히. 방랑 유전자는, 저마다 다를까. 대충 살고 방랑하면, 천벌 받을까?
열심히 살지 않은 죄로, 제주에 열심히 다녀오겠습니다."

김보리 작가님의 책 내용은 마냥 들떠서 방방거리는 여행과는 조금은 달랐다.

삶을 다시 곱씹어 보기도 하고, 가족들과 자신의 생에를 거슬러 올라가보기도 하고
시간 속에서 놓쳤던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담고 있기도 하고

지나가버린 것들을 붙잡에 못했던 안타까운 마음에 울적해 지는 감정들도
꾹꾹 눌러 깊게 우려낸 것 같은 진하고 깊이있는 여행기였다.

과연, 어른의 여행이란건 이런 것이었구나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달까.

다시한번 나에게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면
꼭 보리작가님처럼 나도 이렇게 무작정 방방 뛰는 설레는 여행이 아닌
진짜 인생을 돌아보고 올 수 있는 그런 깊이있는 여행을 떠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느낌을 강하게 받아서 마음의 울림 또한 크게 와닿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남편분에게 세탁기를 가르쳐주시면서 나중엔 특별 코스를 가르쳐 줄 날을 기대하신다는
그런 글귀에도 한번 웃음짓게 되는 그런 책.

소소하게 가벼운 마음으로 무겁게 읽어져 내려갈 수 있는 깊이감이 담긴,
여행에서의 그저 재밌는 면만이 아니라, 인간적인 일상들을 엿볼 수 있는 그런 책이었기에
읽을수록 여지껏 읽어왔던 여행기보다는 사뭇 다른 느낌들이 있어서

'아 이런 여행또한 나쁘지 않겠구나. 이런 여행이 오히려 나에게도 필요할 것 같다.'
작가님의 여행기를 읽는 순간동안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특히 매일 일기처럼 장점과 단점을 적어주시는 것도 귀여웠던 포인트중에 하나.

과소비를 하셨을 때의 글들을 보면 '맞아, 나도 저렇게 후회하던 날들이 있었지.' 하고
괜시리 공감이 되는 부분들이 느껴질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처음 본 여행자들끼리 속마음을 털어놓고 서로의 아픔에 함께 휘청였다는
그 글이 조금은 더 마음이 아려오게 느껴졌다.

가까운 이에게는 이타부타 한마디도 꺼내기가 힘들던 까끌하고 껄끄럽던 그 말들을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사람이 아이러니하게도 한번도 대면식 없던 낯선 사람이라는 점이.

돌아서서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기에 더욱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았었나 싶다.

'처음 본 사람들은 돌아서서 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할 때에도 두번 다시 보지 않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는 몇시간이고 함께 울고 웃으며 서로를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을거라 확신하지만
다시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단 1%라도 있을 경우엔 그 사람에게 훗날 보일 수 있는
나의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어떠한 모습 한구석이 걱정되어 말을 아낄 수 밖에 없다.'

예전 어릴 때에 길을 걷다 문득 버스정류장에 앉아있을 때에 나에게 선뜻 이야기를 해주시던
일면식 없던 모르는 분 께서 해주셨던 말이었는데, 이 글에 이 부분과 묘하게 적중하는 느낌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어쩌면 나를 가장 솔직하게 만드는 법을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라.

여지껏 봐왔던 여행기들은 맛있는 음식들에 예쁜 풍경들에 명소와 같은 사진들이 많이 찍히고
특산물들과 딱히 그 지역에서만 나는 특색있는 물품들을 적어놓기 바쁜 느낌들이 있다고 한다면,

김보리 작가님의 제주여행기는 어쩌면 본인 스스로에게 여지껏 건네주지 못했던
일상의 시간이라는 선물을 껴안게 해줄 그런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힐링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밍밍한 느낌은 아니고, 평범하게 정말 그 어렵다는 평범함을
적당히 잘 누리고 편안하게 돌아오는 그런 여행기여서 부러운 느낌도 더러 들었다.

이렇게 떠나면, "나는 어디 가서 무엇을 꼭 해야지!" 하는 느낌이 강할텐데, 그런게 없어서 좋다는 점과
여행가서 과소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지름신을 멀리하시고 절약하고 많이 먹는 것 보다
많은곳을 걷고 보고 느낄 수 있는 그런 건강한 여행을 하다 돌아오신 느낌이 들어서
담백하게 깔끔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여행기였다.

나도 이런 여행이라면 몇번이라도 다시 꿈꾸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여름, 김보리 작가님의 <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와 함께
우리 또한 메마른 일상에서 강제유배를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상, 서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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