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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꽃길이라 내가 꽃인 거예요
김서희 지음 / 포레스트 웨일 / 2022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오늘만 살아도 상관은 없지만 그러기엔 태어난 게 너무 아깝잖아."
덤덤히 써내려간 삶의 우울과 행복, 기쁨이 이 책 안에 가득 스며들어 있었다.
읽는 내내 겪었던 우울감과 이 글에 스민 우울이 비슷한 색이라는것을 깨달았고
그 순간 뭉클하게 올라오는 공감이 동시에 위로로 다가왔다.
위 책에는 세가지 목차로 나누어진 글들이 있다.
+1. 감정도 옮는다, 감기처럼.
+2. 그냥 가끔은, 많이 투명해지자.
+3. 없어지지만 않으면, 되잖아.
처음의 목차에선 행복과 기쁨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두번째에선 위로의 글들이 주를 이루었다.
맨 마지막 목차엔 우울함과 슬픔들이 한데 뒤섞여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로가 되었던 글들을 적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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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25 [눈물의 사별]에서 발췌함.
죽음에 기억은 함께 묻히지 말기를
사랑했던 시간이 헛되지 않기를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아,
나는 지금 살아있는 중이구나
느끼기를
매년 내가 그 사람을 처음 만난 곳이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텨주기를
마침내 내 뺨에서 눈물이 흐를 때
나 그 사람을 아직 기억함을
그 사람이 알아주기를
꼭 모은 내 두 손의 체온이
그 사람의 심장에 가닿았을 때
가장 가슴 뛰었던 우리 그 때를
떠올려주기를 빕니다
소원이 많아도 어쩔 수 없습니다
당신이 없어서
이 계절에 이곳에 이 두 손을 가진 내가
당신을 생각하며 투명한 꼭짓점을 찍습니다.
뚝 뚝 뚝 뚝.
*p.87-88 [끝없는 엔딩]에서 발췌함.
우리 이렇게 끝내도 과연 해피엔딩이 맞을까
현실은 엔딩을 맞이했지만
해가 뜬 날 아무렇지 않게 비가 내릴 때도 있어서
애매하게 기뻐하는 내가 나를 잃어간다
내 앞에 놓인 행운들을 바쁘게 주워가다
돌에 걸려 넘어지면 어떡하지
그게 또 너이면 어떡하지
나는 기어코 넘어진다
잔디 냄새가 온몸에 밴다
흰옷이 초록빛으로 물든다
그렇다,
난 널 지울 수가 없다.
*p.127 [같이 울자]에서 발췌함.
힘이 들지만, 말을 못 하는 사람의
장점은 웃기고
특기는 조용히 울기다
어젯밤 네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p.143-144 [몫]에서 발췌함.
우리 불공평하게 나눠요
그대가 행복을 다 가져요
내가 슬픔을 다 가져갈게요
이제 진짜 행복해야 해요
왜냐면 앞으로 내가 진짜 불행할 거거든요
어느날 그대가 행복하단 소식을 듣게 된다면
나는 불행한데 행복할 거에요
부디 그대 덕분에
불행한데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주세요
그게 내가 그대에게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마지막 몫일 테니까요
*p.155 [야경]에서 발췌함.
말없이 주저앉아 우는 너를 보니
아름답게 빛나는 저 야경도
다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너처럼 외로운 사람을
지켜주지 못하는 걸 보니
그래서 내가 널 지켜줘 보려고
*p.165 [새드엔딩]에서 발췌함.
큰 나무가 되고 싶었다.
모든 사람을 안고 무럭무럭 자라는.
근데 모든 사람을 안아버려서인지
내게 물을 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게 자신보다 남을 챙기던 그 나무는
행복만 가득 안고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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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위로가 되었던 글귀가 '위로'와 '희생'에서 나온 글들이었지만.
내게는 무엇보다 큰 울림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어쩌면 요즘 힘들었던 일상속에서 조금은 '괜찮다' 라는 말 대신
이런 글들이 한줌 위로로 다가오는 것들이 조금 더 크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김서희 작가님의 <그대가 꽃길이라 내가 꽃인 거에요> 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결국 가능한 이유는 당신이기 때문에, 그 곁에 있는 사람이
나 자신일 수 있기때문에 가능한 일들이라는 '사랑'의 마음을 그려놓은 글들이 주를 이룬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보상받고자 하는 사랑이 아니라,
순수하게 그 사람만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순수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요즘처럼 마음이 적적한 때에 마음한켠을 은근히 데워줄 수 있는 포근한 위로의 글귀.
여러분에게 <그대가 꽃길이라 내가 꽃인 거에요>의 위로를 추천하는 바이다.
이상, 서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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