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 질병과 아픔, 이해받지 못하는 불편함에 관하여 그래도봄 플라워 에디션 2
오희승 지음 / 그래도봄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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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사실은 내가 할수 있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음을 절실하게 몸으로 부딪혔을때였다.'

위 책의 저자는 일명 'CMT(샤르코-마리-투스)'라는 병명과 함께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였다.

이분이 느꼈던 고통의 무게와 삶에서 받아온 수많은 슬픔의 무게들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절절하게 와닿아서 보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 또한 승모판판막폐쇄부전증과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과 허리디스크, 오른쪽 어깨의 만성탈구를 달고 살아야 하는지 몇십년이
되어가고있기에 이 몸의 통증이 얼마나 거대했을지 깊은 공감을 느꼈다.

심지어 헤모글로빈 수치는 정상인의 절반도 되지 않아 피는 매우 연했고, 항체생성도 되지않는 특이체질로 예방접종도 헛수고였기에
맞아봤자 무얼하랴, 이생각이 먼저 앞설 정도였으니까.

진통제도 마취도 잘 듣지 않는다.
어느날은 부모님의 유전자 충돌로 인해 붙어 태어난 발가락의 수술을 하러 수술방에 들어갔을때 전신마취와 수면마취를 동시에, 한참을 하고서도 너무 일찍 마취가 풀리는 바람에 엉엉 울었다는 나의 유년시절 이야기를 엄마에게 전해듣고서 깨달았었다.

보통사람들보단 내가 조금 더 손이 많이가는 사람이었다는걸.

심장판막은 생각보다 일찍 망가져버렸었다.
물론 둔한 나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지만.

이 작가님께서도 심한 근육통을 경험했다고해서 더욱 공감이 갔다.
밤마다 도끼로 다리를 내려쳐 인대를 끊어내는것만 같은 통증은
태어나서부터 단 한번도 나아져 본 적이 없었고, 나는 아주 어린나이부터
파스와 함께 동고동락해야하는 특이한 아이가 되어 성장했으니까.

남들보다 근육량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하는 체질이라고 하셨다.
어마어마한 소화능력에 비해 나는 먹지않는 체질이었고
덕분에 굉장한 통증에 매일 밤 경련을 일으킬만큼 잠을 설쳐야했다.

적절한 고통의 언어라. 아마 작가님은 느끼고 계셨을지 모른다.
이 고통의 크기는 겪어본 사람이 직접 표현하기엔 한계치가 상당하다는 것을.

똑같이 걷다가도 갑자기 어지러워서 길가에 주저앉아 한참을 있어야 했고, 병원에 가서 심전도와 종합검사를 받아본 결과
20년안에 수술을 하지 못하면 죽을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은게 25살이었다.

통증의 맥시멈을 찍은건 30대였다고 했던 작가님과는 달리
나는 수술조차 엄두도 못내고 있지만.
수술을 하려면 와파린을 장기복용하거나 동물성판막을 부착해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유착위험도 걱정해야했고 나의 몸상태로는
와파린은 길가다 부딪혀 피만 흘려도 죽는다는 사망선고와 같았다.

그렇게 죽는듯 죽지 않는듯 지금의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고있는 중이지만
이 책이 내 눈에 콕 박힌것은 어쩌면 이 책안에 있는 모든 내용이
이미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작가님의 고통을 어쩌면
적절히 공감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작가님은 수술로 건강을 회복하시는 중이지만 글쎄, 나는 어떨까.
이 많은 글귀를 읽고서도 나는 나아질수 있을지를 염려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너무나 많은 위로를 안겨주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나만 이 불안속에 빠져있는게 아니구나.

나만 비장애와 장애의 경계에서 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하루를 간간히 이어감을 걱정하고 언제 닥쳐올 죽음에 대해서
막연하게 불안해하며 모든 순간의 시간이 아까운게 아니었다는것이
참 많은 위로를 안겨주었다. 정말이지 나에겐 대단한 위로였다.

사실 요즘도 가끔 계단을 오르다가도 숨이 멎으면 어쩌나 싶을만큼
심장이 굳어가는 통증에 한참을 주저앉곤 하는 나였지만
겉으로 봐서는 정상인보다 더 정상인인 나였기에 억지로 괜찮은 척
일상을 더 꿋꿋하게 이겨내려고 노력하고있다.

주위사람들은 결코 이 고통과 통증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글귀가
너무나 적절하게 심장을 뚫고 들어오는것을 느낄 정도였으니까.

나도 이 작가님처럼 나의 인생에서 조금은 가벼이 움직이는
그날의 하루를 감사하며 눈물흘리는 지금의 이 시간이
꿈처럼은 아니겠지만 조금은 가벼워질 날을 기대해도 괜찮을지
미약하게나마 희망의 싹을 틔워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좌절의 순간에 고통을 울부짖던 나의 모습들이,
지난날의 내개 이 책안에 담겨있었다.

고통의 순간에 눈물로 매 시간을 삼켜내던
그때의 나를 떠올리며 위로의 손길을 받았듯,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따스한 응원을 받길 바란다.

이상 서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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