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고 있지만 사랑하고 있습니다 - 장기중 [서평글]

사라지고 있지만 사랑하고 있습니다 - 완치 없는 삶에 건네는 어느 정신과 의사의 위로
장기중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1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평글<사라지고 있지만 사랑하고 있습니다 - 장기중 지음>

'어쩌면 평생의 삶의 기억들이 모두 조각나 없어지는 과정,'

내가 생각하는 치매란 이런것이었다.
먼 훗날 나도 언젠가는 분명히 당도하게 될 종착역,
그리고 내 인생에서 한번쯤은 다가올 숙명과도 같은 과정일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비극적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순간일 수도 있는
이 치매라는 병증에 대해 어느 정신과 의사가 기록한 책이다.

<사라지고 있지만 사랑하고 있습니다>에서는
치매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목차별로 수록되어 있다.
병증이라기 보다, 에세이 형식이라 수필처럼 읽는것이 참 좋았다.

♥밤이 참아와도 삶은 계속된다
♥우리에게는 조금 느린 시간이 필요하다
♥사라지는 순간에도 사랑할 수 있다
♥달로 떠나는 여행
♥잃어버린 것과 남겨진 것

일단, 가장 마음에 남았던 것은 '동반치매'로 입원하게 되는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였다.
마지막에 할아버지께서 할머니와 함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하시며 죽는 그날까지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부분이
참 마음을 저며왔다.
어찌보면 사랑하는 마음은 평생가도 같지 않을까..
함께 살아온 세월때문이 아니라 그냥 이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삶을 함께 살아온것이고 그만큼 행복했다는 증거라서
그게 너무 마음 절절하게 다가왔던것 같다.

두번째 내용은 매번 천원짜리 몇장을 치매환자인 할아버지의 호주머니에 넣어주신다는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였다.

치매환자들은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아주 사소한 것들에 대해
애착을 보인다. 어쩌면 사라지는 당신의 조각들만큼
사소하게 작은것들이 안타까워서일까.
존재한다는것을 기억하고싶어서일까.

사실 우리 증조할머니께서도 치매로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내가 좋아하던 사탕과 과자를 모두 이불속에 켜켜이 쌒아놓곤
나를 기다리시다 내가 놀러가는 날이면 자랑스럽게
이불을 활짝 펼치면서 "언니, 이거 먹어!"라고 말씀하곤 하셨다.

할머니의 언니와 내가 참 많이 닮았다는것을 어렴풋이 듣기도 했다.

이처럼 할머니는 가장 소중한 기억속에서 나를 생각하신 것 같았다.

치매라는것은 착한 치매와 나쁜 치매로 나눠진다고 이 책에 적혀있지만
실제로 치매환자들을 마주할때면 정말 판이하게 다르다는걸 실감한다.

위 책의 서평단에 적극 참여한 이유도 어쩌면
그러한 치매라는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더 알기 위함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병증과 증상, 어떠한 이유로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게
되는지를 나름 세밀하게 설명하고 있다. (의사쌤들 존경합니다...)

과거의 기억 한조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삶의 자취를 잃게되는 와중에도 인생이 아름다웠음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사는 사람이 있고, 어떤 이는 해주지 못했던 가슴아픔에
마음을 치는 시간이지만 어떤이에게는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의
한 부분을 바라보며 평생을 그 시간에 갇히는 일이기도 하겠지.

어쩌면 치매는 재앙과 동시에 축복일지도 모르겠다.
잊혀졌던 생에 한 조각을 꺼내어 보았는데 그게 가장 행복했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면 정말 성공한 삶이 아닐까.
반대로, 가슴 아픈 기억을 꺼내야만 했던 이유조차도
분명 그와 같은 연유로 인해 털어버리고 가야 할 일이 있기에
그렇게 다시끔 떠오르게 했을 수도 있고 말이다.

치매라는것은 어떠한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병증이지만
이엏게 보면 그 와중에도 사랑할 수 있다는 이 글귀가
나의 마음을 또 한번 흔들어 놓았다.

내 생의 기억은 모조리 사라져가고 있지만,
나는 또 오늘 하루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라고 들려서.
그래서 참 절절했던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인생의 끝에서 마주할 수 있는 '치매'라는 병에 대해
삶과 인생으로써 마주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의사 장기중 선생님이 쓰신 <사라지고 있지만 사랑하고 있습니다>를 추천한다.

이상, 서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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