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관계를 회복하는 용기 - 어떻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박대령 지음 / 소울메이트 / 2015년 4월
평점 :
이 책은 어떻게 읽게 되었을까. 얘기하자면 작년 겨울로 가봐야 한다. 나는 5년 전부터 개인 상담을 받고 있다. 그런데 상담을 받아도 나의 감정 알아차리기가 잘 안 되었다. 그즈음 집단상담에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고, 선생님께서도 자신의 감정을 느끼는 훈련을 해 보면 좋겠다고 하셔서 집단상담에 참여했다. 그 집단상담에 10회기 조금 넘게 참여하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관계 향상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추천을 받았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지난주부터 참여하게 됐다. 그런데 상담 참여를 보다 효율적으로 할 방법을 찾다가, 우연히 리더님이 쓴 책을 발견했다. 그렇게 이 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책 내용으로 바로 들어가자. 이 책의 저자는 ‘게슈탈트 상담심리학’을 전공한 이력의 소유자다. 상담 기법도 그 방향으로 인도하고 있고, 책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상담심리대학원 입시 준비를 조금 한 관계로 게슈탈트 심리학에 대해 배운 바가 있다. 이 심리학은 ‘알아차림’을 중요시한다. 상처가 많은 사람은 무뎌지고, 과거를 억압하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저자는 개인과 집단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알아차림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소개하면서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쉽게 우리에게 설명해 준다. 며칠 전에 선택에 대한 칼럼을 하나 썼는데, 선택을 잘하려면 자신의 감정 상태를 잘 알아차려야 한다. 자신의 감정이 언제 만족스러운지, 어떨 때 행복한지 등 약간의 자기 분석을 할 수 있어야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게슈탈트 심리학에는 ‘미해결 과제 해결하기’도 있다. 자신에게 강렬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자신을 불편하게 느끼게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 문제는 상대방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오면서 해결하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에 그 문제의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걸 풀어줘야지 우리는 같은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와 갈등을 피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해 보지 않은 것에 그 답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권위적인 사람들과 지내기에 어려움을 느끼는데, 어려서는 아버지와 친밀하게 지내지 않은 탓이 있고, 그 이후로 권위적인 분들과 가까이 지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려움이 느껴지는 그걸 경험해 보면 나아지리라는 것이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바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나를 비롯해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에 문제가 있지 않으냐는 고민을 많이 한다. 저자는 이 한마디 대답으로 우리들의 불안을 잠재운다. “그것은 성격이 이상한 게 아니라 상처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 책의 특성처럼 많은 경험자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 내용을 읽다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사람이 있으면 그걸 발판삼아 자신에게 대입해 볼 수 있다. 그리고 혼자서 해결책을 찾아보면 좋겠다. 잘 안 되면 저자와 같은 심리전문가를 찾아가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며 한 가지 의문이 든 게 있다. 우리 ‘내면의 역사는 공동체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우리의 모습을 잘 알려면 우리네 부모님이 살아온 환경을 보면 좋다. 우리 선조들은 ‘일본 강점기와 한국전쟁, 독재시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폭력과 학대 속’에서 자라왔다. 그래서 감각이 무뎌져 자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폭력과 상처를 입힌다. 내가 문제시 삼는 건 이거다. 그러면 문화 선진국의 사람들은 우리보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하느냐다. 그런 나라들은 상처를 치유하는 심리학이 아닌, 자아 성장을 위한 심리학이 운용될까? 예로부터 고통이 사람을 지혜롭게 해 준다고 했는데, 이 말은 고통이 나쁘지 않다는 거다. 후진국은 후진국에 맞는 치유의 심리학이 발달하고, 선진국은 그에 맞는 성장의 심리학이 발달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 책의 제목을 소개하지 않았다. <관계를 회복하는 용기>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인생을 힘들어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관계’가 성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남의 기대를 만족하기 위해 살지 말라!”,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드러낼 것은 드러내라!” 책 뒷날개에 이런 문장의 소개가 담겨 있다. 삶은 누구를 위해 사는 게 아니다.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잘 알아차리면 자신에게 맞는 행복한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있는 그대로 완벽한 존재이다. 그 자체로 자신감 있게 살아라.’ 내 느낌에 저자는 이렇게 책에서 주장한다고 느꼈다. 그렇다. 자신감 있게 살 때, 다른 사람들도 그 모습을 지지해 주고, 인정해 준다. 우리 겁먹지 말고, 용기 있게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