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이야기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
오비디우스 지음, 이윤기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의 시대적인 배경을 보자. 오비디우스는 기원전 43년에 태어나 활동했다. 이 시기는 서구 문명의 한 축을 이루는 기독교의 영향을 받기 전의 모습이다. 서구 문명의 또 하나의 축이자 그 시대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그리스 문명 하에서 저자는 활동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면 고대 서구 문명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시기는 ‘팍스 로마나’ 시절이었다. 카이사르를 이어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로마 역대 최고 황금기였다. 그와 함께 문화적으로 꽃을 활짝 피우던 시기였다. 문학과 예술에 재능 있는 인물이라면 자신의 잠재력을 꽃 피울 수 있는 가능성의 시대였다.


  그의 젊은 시절을 살펴보자. 오비디우스는 로마 지배층의 자제로 태어났다. 관례대로 청년시절 수사학과 법률을 공부해 관리의 길을 밟았다. 그리스로 유학 겸 여행도 다녀왔다. 부모님의 바람대로 자신 앞에 놓인 길을 걸어갔는데, 저자의 내면에서는 문학과 시에 대한 열정이 피어올랐다. 로마 문화의 부흥기를 살아가는 청년이라면, 뒤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관심을 좇아 길을 따라 나서도 되었다. 문학에 대한 재능도 있었고, 그에 대표되는 사교계에서의 활동도 훌륭했다. 자연히 저자는 로마 문화와 사교계의 총아로 떠오르게 된다.


  그 시기의 로마를 보자. 로마는 황금기를 구가했고, 사교계는 꽃을 피웠다. 그런데 아우구스투스는 이것에 제동을 걸었다. 여자들의 자유는 구속당하고, 풍기문란은 단속의 대상이 되었다. 그 시절 오비디우스는 남녀 간의 자유분방한 애정을 이야기한 <사랑의 기술>을 썼다. 사교계에서 이 책은 최고의 환영을 받았지만, 아우구스투스의 단속으로 점점 빛을 잃어 갔다. 그러면서 저자는 ‘잘못된 시구(詩句)’와 ‘실수’라는 명목으로 해외로 추방당하는 일을 겪게 된다. 이 시기에 문화적 분위기는 활짝 꽃을 피웠지만, 지금 시대로 말하자면 ‘검열’ 혹은 입맛에 맞지 않는 것들은 배제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 책을 왜 썼을까. 알다시피 오비디우스의 삶은 환희를 맛보다가 나락으로 곤두박질쳤다. 황제의 심기를 건드려 중심에서 추방되었기 때문이다. 유배시절 저자의 머릿속에서는 이 사건이 각인되어 있었을 것이다. 한 사회로부터의 추방은 인간의 삶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저자도 젊은 시절의 붉은 열정을 이겨내고, 자신의 소명이나 마음에 깊이 귀를 기울였을 것이다. 그의 문학적 재능이 로마 황제에 대한 칭송과 만나는 지점에서 이 책은 탄생하게 됐다.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로마의 역사와 신화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그 동기는 로마 황제에 대한 정통성의 부여와 그 시대에 대한 자부심에서 나왔다. 합리적이고 매우 지적이었다는 저자는 자신만의 문체로 그리스 로마 신들의 모습을 생생히 재현했다.


  오비디우스는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에 살았던 사람이다. 그에 대한 탐색이 구체적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 세월이 흐른 만큼 세상은 많이 변했다. 대체적인 그의 모습은 이러하고 깊이 있게 알 수는 없다. 따라서 그가 이 작품으로 말하고 싶었던 바가 무엇이냐를 중심으로 저자를 알 수밖에 없다. <변신 이야기>를 통해 그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인간의 삶의 모습이 다양하고 그만큼 많은 모습이 있고, 사건과 시기에 따라 다르게 변형되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곳이 변화를 연구하는 곳이니 ‘메타모르포시스’는 너무나 적절하고 여기와 잘 어울린다. 선생님께서 ‘신화’와 ‘변신 이야기’를 왜 앞에 포진시킨 지 이제 조금 이해가 간다. 삶은 변화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삶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오비디우스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이 책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그 전까지 세상에 떠돌던 이야기들을 모아 집대성한 점이 훌륭하다. 연대순으로도 잘 정리했고, 새로운 시작점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하나 아쉬운 점은 문체가 좀 딱딱해 쉽게 읽히지 않게 서술되었다는 것이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끔 좀 더 평이하게 서술했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만약 내가 나중에 ‘변신’이란 주제로 책을 써 보면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나에게 깊이 들어오고, 흥미가 갔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서 써보고 싶다. 혹은 내 삶의 주제인 ‘상담심리’와 연결해서 책을 써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