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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힘
조셉 캠벨 & 빌 모이어스 지음, 이윤기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조셉 캠벨은 1904년 가톨릭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의 심층 정서는 평생 동안 잘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캠벨은 고집이 무척 셌다.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자신이 하고자 하는 대로만 했다. 부모님이 그걸 허락해 주었고 감사히 여긴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인디언 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때의 호기심이 청년 시절까지 이어져 비교신화학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학에서는 신화학과 무관한 전공을 공부했다. 기회가 생겨 유럽의 파리와 뮌헨 대학에서 공부를 했다. 황금 같은 시절에 제임스 조이스, 토마스 만, 괴테, 슈펭글러, 프로베니우스, 카를 융, 피카소 등 현대 정신문화를 일군 인물들의 책과 조우하게 됐다. 청년 시절 만난 이들은 캠벨의 평생에 걸쳐 깊은 영향을 주었다.
미국으로 돌아온 후 영문학 대신 인도 철학과 미술 쪽으로 공부하기를 원했으나 학교에서는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하오?”라고 외치며 캠벨은 대학을 떠났다. 그리고 그 유명한 ‘우드스톡에서의 5년’을 맞게 된다. 대공황 시절이라 취업하기도 힘든 시절이기도 해 그렇게 됐다. 그곳에서 그는 평소 읽고 싶었던 수많은 책들을 섭렵하며 평생 연구의 기틀을 잡게 된다. 그 후 캔터베리 스쿨에서 어학 교사를 거쳐, 중산층 여학생들이 다닌다는 사라 로렌스 대학에서 38년간 학생들을 가리키는 일을 했다.
캠벨은 공부하며 전 세계의 신화가 그 내용을 같이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를 바탕으로 40대에 들어 그의 첫 책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쓰게 됐다. 이 책은 전문 학자들 사이에서 아주 중요한 책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저술하며 자신이 살아오며 가져온 믿음이 맞다는 걸 재확인하게 되었다는 그의 주저(主著) <신의 가면> 4부작을 발표한다. 그리고 말년에 ‘신화’의 대중화에 기여하게 된 <신화의 힘>이란 책을 내게 되었다. 그의 저작을 지켜보면 처음에는 전문이자 잡학가로 출발하여, 자기 평생의 연구를 정리하는 연구가가 되었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신화의 중요성을 알리는 안내자로 생을 마쳤다.
캠벨의 중요성을 보자. 그는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다르지 않다는 걸 알려주었다. 카를 융 방식으로 말하면 ‘집단무의식’인데 그는 인간의 영적이고 심층 내면의 모습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걸 발견하고 인류에게 강한 확신을 주었다. 또한 현대 사회가 ‘의례’를 잃어가면서 사람들이 분열되고 병들어간다는 점을 알려주었다. 또한 영웅 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알려주었다. 신화의 영웅적인 인물들을 빌어 현대의 각 개인들도 자신만의 영웅 여정을 마쳐야한다는 점을 이야기해 준다. 캠벨과 기독교의 관계성도 빼놓을 수 없다. 서양의 뼈대를 이루는 축의 하나여서 그는 그리스도의 이야기도 많이 했다.
캠벨은 현대 사회가 살아 생동하게 했다. 옛날에는 집단에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샤먼들이 맡았다. 현대 사회에서는 신화적 영감을 지닌 예술가들이 그 역할을 한다. 지금 시대는 ‘창조성’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고 있다. 그것은 ‘개인성’에서 나온다고 많은 연구 결과 밝혀지고 있는데, 이 부분을 그는 예전부터 알려주고 있다. 또한 캠벨은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천복’을 따라 나서라며 용기를 주었다. 현실적 제약으로 많은 젊은이들의 현실에 안주하는 결정을 내리는데, 그는 영웅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기 내면의 소리에 깊이 귀를 기울이라며 젊은이들을 지지해 주었다.
캠벨은 또한 제임스 조이스와 토마스 만 등 현대 문학의 문제아와 총아의 작품이 지닌 깊은 의미를 해설해 주었다. 조이스는 현대 사회의 모습이 결코 옛날 신화적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훌륭히 밝혀냈다. 인생이란 슬픈 것이고, 삶은 죽음을 향해 흘러가고 있는 것이라는 매우 분명한 점을 알려준다. 그리스도의 자비를 알려면, 우리는 순종하지 않고 죄를 지어보라고 그는 지적한다. 생의 충동을 억제하지 마라. 죽음이 생명을 태어나게 한다. 그러므로 삶을 두려워하지 마라. 토마스 만은 기성의 기계적인 삶의 모습은 태초 인류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고 쓰고 있다. 현실적인 제약에 따라 현대의 많은 젊은이들도 기성의 사회에 편입된다. 그는 생이 충만한 밝은 대로로 그들을 이끈다. 거짓된 모습을 버리고 진실에 진실한 삶의 모습을 이야기 한다. 그것이 이들 작가들이 신화에 빗대어 글을 쓰고 있는 점이라고 캠벨은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