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와 사랑. 싯다르타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29
헤르만 헤세 지음, 홍경호 옮김 / 범우사 / 1998년 2월
평점 :
품절


  130여 페이지의 책을 단숨에 읽었다. 읽는 내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내용이었다. 헤세의 지혜가 가득 담겨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 <싯다르타>말이다.


  그의 지혜에 감탄을 그칠 수 없었고, 문장을 쓸 줄 안다는 것에 아름다움을 느꼈다. ‘싯다르타’에는 인생사의 모든 장면이 담겨 있었고, 깨달음을 전해주는 많은 이야기가 흘러 넘쳤다. 인간은 행복을 바란다. 그런데 거기에 도달하는 건 쉽지 않다. 바로 집착이 우리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순간을 살면 좋을 텐데, 인간은 과거를 끌어안고 미래를 불안해하며 하루를 산다.


  주인공 싯다르타는 모든 것을 다 갖춘 사람으로 등장한다. 거기에다 그는 총명하고, 배움에 대한 열의도 가득하며, 그러면서도 겸손하다. 모든 사람은 그런 그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는 모든 것을 갖추었으면서도 마음이 편안하지가 않다. 뭔가를 더 갈구하고, 현재에 만족할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친구 고빈다에게 자신은 고행을 업으로 삼는 사문들과 함께 길을 떠날 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버지에게 허락을 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버지는 훌륭한 아들이 집을 떠날 거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싯다르타는 “아버지는 알고 계십니다.”라는 말을 하며 두 손을 모은 공손한 자세로 방안에 서 있다. 아버지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잠이 오지 않는다. 다시 그 방에 가 보니 계속 싯다르타는 같은 자세로 서 있었다. 한 시간 후에도 잠이 오지 않아 다시 가 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에는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싯다르타의 구도의 길은 시작된다.


  처음에는 사문들과 함께 생활하며 고행을 일삼는다. 다음에는 고타마(위대한 현인)를 만나 가르침을 듣지만, 그 길은 자신이 생각하는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또 길을 떠난다. 그러다 어느 여인을 만나, 사문 생활을 정리하고 모든 것을 새롭게 배우게 된다. 그는 자신이 “생각을 할 줄 아는 것과 기다리는 것과 단식을 할 줄 아는 것” 이 세 가지만 잘할 수 있다고 했고, 어느 부자를 도와 그도 큰 부자가 된다. 깨달음의 길을 걷던 그는 어느덧 부유한 생활에 취해 여느 부자들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한다. 어느 새 구도의 길은 멈춰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삶이 타락했다 여기며, 집을 떠나오던 때를 떠올리며 다시 길을 떠난다.


  길을 걸으며 그는 그때까지 갈구했던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감을 느꼈다. 다시 처음부터 모든 걸 시작해야 한다는 비통함을 깨달았다. 그러던 그가 전에 건넌 적이 있던 강가에 이르렀다. 거기서 그는 한 번 만났던 뱃사공을 다시 만난다. 그와 함께 지내며 싯다르타는 시끄러운 마음을 가라앉힌다. 뱃사공은 말은 많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정말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잘 들어주는 사람을 그는 처음 만났다. 그와 함께 지내며 그 비결이 그 뱃사공은 강물의 소리를 자주 듣는다는 걸 알게 됐다. 시간이 흘러 싯다르타에게도 다양한 일이 일어나 다시 세속의 행복이 그에게 찾아왔다. 하지만 즐거움은 잠시였고, 세속의 고통스러운 감정이 그에게 일어난다. 힘들어하던 그는 뱃사공의 도움으로 강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싯다르타는 그의 괴로움의 원인이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 있음을 깨닫는다. 뱃사공의 인내심과 따뜻하고 자상한 미소에 그는 크나큰 기쁨을 느꼈다.


  시간은 또 흘러 싯다르타도 노인이 되었다. 친구 고빈다가 어느 마을에 들렀다가 어느 뱃사공이 현인이라는 소리를 듣고 그곳을 찾아간다. 이미 뱃사공은 길을 떠나고, 그의 뒤를 이어받은 싯다르타가 그를 맞는다. 고빈다는 승단에서 최고의 자리에 앉았지만 속으로는 아직 깨달음에 대한 갈구와 불안이 그를 지배했다. 그는 싯다르타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해 줄 말이 없느냐며 묻는다. 싯다르타는 모든 건 양면성을 지니고 있으며, 죄수에게도 성인의 씨앗이 있고, 아이에게도 노인이 잠재돼 있듯이 시간의 합일로 세상을 이해할 것을 주문한다. 고빈다는 친구의 말을 이해하지도 수긍하지도 않았지만, 그의 모습에서 생전의 고타마에게서 느꼈던 따뜻하면서도 자상한 면을 발견했다.


  헤세가 도달한 지혜의 책을 읽는 기쁨은 대단히 컸다. ‘싯다르타’는 행복을 갈구했던 젊은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이 책에는 행복한 삶에 대한 비밀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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