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존 브래드쇼 지음, 오제은 옮김 / 학지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그대로 책 이름이다. 이 책은 선생님과 상담을 하며 요즘 주고받은 내용에 영감을 받아 찾아서 읽게 됐다. 요즘의 난 내가 상처를 깊이 받기 전의 상태로 회복된 느낌이 든다. 그때가 2008년이니 벌써 횟수로 9년째다. 한 번 독하게 미쳐보자고 마음먹고 경험해 보기로 한 게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에게 통용되지 않겠다. 이제 통용되는 말로 살펴보자.
그러니까 그게 어머니가 집에서 외롭게 지내는 아들이 사는 집에 함께 살자고 올라오셨다. 안 그래도 집이 좁은데 함께 살기에는 좀 그랬다. 이에 아들은 강한 분노를 느꼈다. 한 번도 살아오면서 어머니에게 이러한 분노를 느낀 적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들은 이 시기가 외롭게 지내던 생활을 청산하고 사회로 나가려고 용기를 낸 시점이라 마음 상태가 복잡했는데, 삶이 더 꼬이게 됐다. 그러면서 그에게는 정신적 퇴행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예전에 이야기를 많이 했으니 대충 위 내용으로 정리된다. 아무튼, 이제 시간이 다 되었는지 나의 상태가 많이 호전된 느낌이다. 내 정신 상태가 위에서 말한 2008년 사건이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온 것 같다. 그러니까 이걸 다른 말로 하면, 사람에게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가 가해져 외상 경험을 입게 되면 그게 회복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정도로 더디다. 외상 경험이 클수록 아마 더 그럴 거다. 대충 여기까지 쓰고 이 글에서는 위 책에 대해서 말하기로 정했으니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책은 글쓴이가 중요하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을 쓸 자격이 있었다. 저자 자신이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마음속에 지니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의 삶을 보면 고통으로 점철돼 있었다. 어려서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에다 그가 어렸을 때 집을 나가 버렸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의 ‘작은 남편’ 역할을 해야 했다. 또한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성취지향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고, 사회에서는 ‘스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어린이는 어린이로서 호기심 많고, 자기 고집도 부리며 그렇게 자라야 하는데 그는 말 잘 듣고, 착한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언 듯 보기에는 후자로 자라면 더 좋아 보이지만, 실제 속사정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책에서 중요시 여기는 개념이 역기능 가정이다. 이 가정에서는 부모가 부모로서 역할을 못한다. 그들의 내면이 어린이 상태로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들을 성인아이라 부른다. 그들이 역할을 못하기에 자녀들이 부모 역할을 대신 맡게 된다. 여기서 역기능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비극이 시작된다. 저자도 이런 환경 속에서 성장했다. 그래서 천진난만한 아이 시절을 보내지 못하고 일찍 어른이 되어버렸다. 정상적인 발달단계를 밟지 못한 대가는 크다. 그는 청소년기부터 알코올 중독 상태에 빠져버렸고, 자신과 가정환경이 비슷한 학생들과 어울려 일탈 행동을 했고, 무엇이든 만족할 줄을 모르게 됐다. 역기능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이런 정신적 문제를 누구나 지닐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을 보자. 그들은 갓난아기 때 태어났다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기쁨을 받는다. 유아기에는 마음이 건강한 어머니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보호를 받는다. 유치원에 들어갈 때에는 어린 시절에 발달 과정이 좋아,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또래들과 즐겁게 놀 수 있다. 이후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도 연장선상으로 교우 관계를 잘 맺고,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성장했기에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는다. 청소년과 성인 초기에 들어서도 독립적으로 자기 삶을 추구할 수 있고, 남들과 달리 공허감을 덜 느낀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역기능 가정에서 성장했다. 그래서 세상을 두려워하고,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공허감에 많이 빠진다. 이 책을 읽으며 좋은 기운을 많이 받고, 내면아이가 치유되는 느낌도 가지게 됐다. 나와 같은 마음 상태에 놓인 사람들이라면 한 번 읽어봐도 좋을 책 같다. 오랜만에 마음치유를 다룬 책 중에 속 시원하고, 간절하게 읽은 책이다. 책에서 안내하는 대로 직접 연필을 들고 편지도 쓰고, 마음속에 갇힌 과거를 탐색하다보면 어제보다 마음이 한 뼘 더 자라있는 걸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