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뫼어스 지음, 안영란 옮김, 귀스타브 도레 그림 / 문학동네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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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14년 6월에 썼던 리뷰를 옮김.



발터 뫼어스(발터 뫼르스) 의 <밤> 이다. 이 사람은 <꿈꾸는 책들의 도시> 로 한국에서 유명해진 작가다. 나도 그를 그렇게 알게 되었다. 나는 그 책이 출간되자마자 읽었기 때문에 - 즉, 상당히 오래 전에 - 그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Buchheim이라는 자가 주인공이었던 것 같고, 책을 지키기 위해 모험을 떠났던가 어쨌던가. 조밀한 구성이 인상적이라는 느낌만이 남아 있다. 

 

<밤> 은 '죽음' 을 소재로 한 환타지 장르 단편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은 2회 정도 죽은 것처럼 묘사되는데, 다음 장에서는 또 멀쩡히 살아 있다. 그래서 그게 정말로 살아 있는 건지 죽은 건지는 알 수 없다. 몇 번이나 반복되는 '우리 모두가 사신의 노예가 아니었던가' 라는 대사에 세뇌된 양, '뭐 지금 살아 있는 건지 죽은 건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언젠가 죽는 건 확실하겠지' 라는 결론밖에 내릴 수 없다.

 

"가라. 가서 더 공부하고 노력하고 싸우고 패배하고 승리하고 좌절하고.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헛된 기대로 달뜨지 말고 너 스스로를 재촉하고 불살라야 해! 그렇게 네 영혼을 기름지고 살찌게 만들라구! 그리고 삶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는 결코 삶을 찬양하지 말아! 그것이 존재의 의미니까. 죽음, 그것이 말이야. 하지만 넌 아직 죽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더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해."


'살 자격이 없는' 게 아니라 '죽을 자격이 없는' 영혼들. 이 책에서는 우리와는 반대로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인류는 자신들의 삶에 완전히 충실히 살며 영혼을 고양시켜야 한다. 또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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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상 (양장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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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에 썼던 리뷰를 옮김.



상권은 파란색, 하권은 초록색 표지. 아마 바다와 숲을 의미하는 것 같다. 상권 우측 하단에는 살짝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의 뒷모습 그림이 있고, 하권 우측 하단에는 문제의 '돌' 그림이 있다. 돌은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것과는 매우 다르게 아주 튀는 물결 무늬를 갖고 있고, 그 위에 또 뱀이 새겨져 있다. 마지막에 호시노가 죽였던 것이 떠오르긴 하지만, 그건 엄밀히 말해서 뱀은 아니었는데 왜일까.

 

하루키의 소설은 너무 현실적이지도 않고 환타지스럽지도 않게, '딱 적당히' 균형이 맞아 있다. 덕분에 인물들 그 자신이나 그들의 상황에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차근차근 생겨가는 (아마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을 보면서, 아무리 겉으로는 이상해 보일지언정,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게 되고 들어야 할 이야기는 듣게 되며, 가야 할 장소와도 만나게 되는 거라는 납득을 해 간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그런 일은 있을 수 있다는 희망도 갖게 된다. 또한 하루키는 '또다른 차원의 세계' 에 대해서 곧잘 다루는 편으로, 독자는 작품을 읽으면서 이 세계가 전부가 아니고, 어딘가에 또 다른 이유들과 이해할 수 없지만 어쨌든 확실하게 연결되어 있는 곳이 있을 거라는 꿈을 꿀 수 있다. 좋은 작가의 정의는 짧게 내리기 어렵지만, 적어도 잘 팔리는 작가란 독자들을 외롭지 않게 하는 작가가 아닐까 생각한다(가령 옐리넥이 좋은 작가라는 의견에는 매우 동의하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옐리넥의 작품을 끝까지 읽기가 너무나도 힘든 건 독자를 괴로움으로 지쳐 나가 떨어지게 만드는 필력 때문이다. 정말이지 읽고 있으면 암담한 정도가 아니라 토하고 싶어질 정도로 절망스럽다).

 

소설에서는 전혀 상관 없어보이는 나카타와 다무라의 이야기가 번갈아 이어지는데, 다행히도 결말 부분에서 둘이 만나게 되는 뻔한 사건은 없이, 단지 다무라가 존재했었던 장소에 나카타가 뒤늦게 도착해서 해야 할 일을 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등장인물들은 거의,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저 알고 있다. 아니면 소설 속의 인물들을 포함한 이 세상의 모두가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 걸 수도 있다. 여하간 등장인물들 중 두 사람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는 그냥 조용히 죽어버리고, 이는 그 '일', 즉 세계를 다른 곳으로 만드는 일을 한층 더 중요해 보이도록 만든다. 다만 다무라만은 자기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인지하지 못한 채 혼자만의 여행을 계속하고, 마침내 '환상의 장소' 처럼 여겨지는 곳에 도달한다. 그곳은 깊은 숲 속,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두려움에 들어갈 수 없는 곳의 중심에 있다.

 

거기에서는 시간도 중요치 않고, 어디에도 가지 않는 15세 시절의 사에키 씨도 있다(그걸 사에키 씨라 부를 수 있다면). 모두가 조용히 그곳에 녹아들며, 정해진 것도 부족한 것도 없이 살아간다. "내가 여기에 익숙해질 때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까?" "그건 알 수 없어. 시간 문제가 아니야. 시간의 양과 관계없이 그 때가 되면 너는 이미 익숙해져 있을 거야." 그러나 다무라는 단지, 사랑하는 진짜 사에키 씨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 그는 그곳에 가서, 사에키 씨를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해야 했다.

 

까마귀 소년과 조니 워커의 대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의미를 잘 모르겠다. 왜 굳이 죽은 그가 다시 나왔는지, 그들은 어디에서 만났는지. 하루키는 이 작품은 독자들이 여러 번 읽어 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고, 아무래도 진짜로 그래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게 그의 세계 속이고, 그가 쓰는 글을 통해 그러한 세계는 조금씩 이 바깥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니까 그가 더 많은 글을 써주기를, 그 뿐만이 아니라 또다른 좋은 작가들이 많은 글을 써주기를,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것들을 읽는 세상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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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여자의 공간 - 여성 작가 35인, 그녀들을 글쓰기로 몰아붙인 창작의 무대들
타니아 슐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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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다 읽었다. 작가들과 함께 그들이 글을 썼던 공간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정도인지라 특정한 감상을 남길 만한 것까지는 없고, 이런 삶도 저런 삶도, 이런 얼굴도 저런 얼굴도 있구나 하고 느끼도록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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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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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의, 잔인할 정도로 깊이 파고들어오는 생생한 의미. 별 5개 만점에 25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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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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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에세이다. 소설 작법 면에 있어서는, 작품 내에 존재해야만 하는 뼈대들 몇 가지만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 그런데 그게 막연하거나 반대로 너무 자세하지도, 또 흔한 조언들도 아니어서, 독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꿀팁 겟!! 이라 할 수 있었다.

책에 아주 가끔 ㅜㅠ 이나 ㅎㅎ와 같은 자음들 및 모음들이 나오는 건 조금 쇼킹했다. 그게 어떻다는 거냐고 물으신다면, 당분간 생각해 봐야 할 주제라고밖에 아직 할 말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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