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묻다 첫 번째 이야기 -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깨우는 일상의 질문들 문득, 묻다 1
유선경 지음 / 지식너머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KBS클래식 FM의 "출발 FM과 함께" 라는 라디오 프로에서 2011년 1월부터 시작된 "문득 묻다" 라는 코너를 엮은 책.


책을 펴는 순간 맞이해준 것은 뽀얀 자작나무 숲. ㅎㅎ

두꺼운 트레싱지 사이로 조금씩 들어가며, 질문의 답을 찾아 가는 느낌이랄까.







챕터 중간 중간의 컬러 페이지 외에 사진이나 삽화라곤 없는 담백한 페이지들 뿐이지만,

그 덕에 페이지 중간이 더욱 빛을 발하는게 아닐까 싶다.





 


이 세상이 그런 식으로 허술하게 설계됐을 리 없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러니 궁금한 것은 답이라기보다 이유이고, 결론이라기보다 과정입니다. 또한 이유나 과정보다 중요한 것이 질문 그 자체입니다.


삶의 경험을 넓히는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답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변할 수도 있습니다. 고정불변의 답이라는 것이 있다면 인류 역사에 문화 예술은 물론 과학도 없었을 것입니다.


답을 미리 정해두고 그 답을 말하라고 강요하는 세상이 얼마나 무자비하고 파괴적이었는지 역사가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같은 질문을 해도 다른 답이 나오고 다른 질문을 해도 같은 답이 나오는 모습이 스펙트럼처럼 펼쳐질 때, 우리는 세상과 인간의 다양성과 융통성을 배우고 이해력과 포용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 여는 글에서




이 책은 첫번째 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시리즈로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이번 권은 크게 1.꽃과 나무, 2.음식과 음료, 3.말과 이야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각 주제에 따라 질문과 문학 작품에서 찾아낸 답, 그리고 끝에 함께 들으면 좋을 음악이 담겨 있어서 참 좋다 :)




꽃과 어린이와 새가 세상에 존재하는 한 두려울 것이 없다

 

Chapter 1. 꽃을 보다… 문득, 묻다 

김춘수의 [꽃]에 나오는 꽃은 무슨 꽃일까? 

김유정의 《동백꽃》에 나오는 노란 동백꽃은 동백꽃이 맞을까? 

모란꽃에 정말 향기가 없을까? 

함박꽃은 어떤 꽃일까? 

...






인생이 멋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든지 간에 때가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먹는 것에 열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Chapter 2. 먹고 마시다… 문득, 묻다 

[최후의 만찬]에 나온 메인 요리는 무엇일까? 

외롭고 우울하면 왜 더 많이 먹을까? 

레스토랑과 식당은 원래 어떤 곳이었을까? 

우리나라에서 왕의 음식을 최초로 판매한 음식점은 어디일까? 

...






언어는 곧 의미 부여 행위의 매개체이다

 

Chapter 3. 말하다… 문득, 묻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은 어떻게 나왔을까? 

말짱 도루묵에서 도루묵은 무슨 뜻일까? 

춘래불사춘, 왜 봄이 와도 봄이 아니라고 할까? 

화촉을 밝힌다, 화촉은 무엇으로 만들까? 

...




이렇게 3~4페이지씩 짧은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금방 읽어내려갔다.

주제마다 붙어 있는 음악을 찾아 들어보는 재미도 쏠쏠. 주로 잔잔한 연주곡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듯.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챕터는 우리가 한번씩 궁금해 해 봤을만한 질문들이 많이 담겨 있는 3챕터였지만,

가장 나의 마음을 울리게 했던 챕터는 1챕터였다. 




...그런데 혹시 대나무의 꽃을 본 적이 있나요? 말 자체도 생소하고 '대나무에서 꽃이 피긴 피나?' 하는 의문이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나무는 평소에 꽃으로 번식하지 않으니까요. 대나무의 줄기는 지상으로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지하로도 내려가다 옆으로 뻗어나갑니다. 그러다 마디에서 뿌리와 순을 틔우는데 이것이 죽순입니다. 꽃의 가장 큰 목적이 번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나무의 경우 딱히 꽃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나무에도 꽃이 핍니다. 딱 한 번, 일생에 단 한 번......




그렇습니다. 대나무는 죽기 전에 꽃을 피웁니다. 땅 속의 영양분이 고갈되어 더 이상 죽순으로 번식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 대나무는 꽃을 피우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죽순 대신 씨앗으로 번식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꽃을 피우고 떠나는 것입니다.

대나무 하나가 꽃을 피우면 모든 대나무가 일제히 꽃을 피우고 일제히 죽음에 듭니다. 이처럼 꽃이 핀 후에 말라죽는 현상을 개화병이라고 하는데 '꽃이 피는 병'이라니 세상에 이런 말도 있구나 싶습니다.


그렇게 처절하게 일생에 딱 한 번 피는 꽃이니 마지막 촛불처럼 화려할 것 같지요? 그러나 대꽃은 꽃이라고 하기엔 그저 푸르기만 합니다. 세상에는 참......, 이런 꽃도 있습니다.


<대나무에도 꽃이 필까?>  - 문득,묻다 7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