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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사실 <고래>는 읽어보지 못했다. 문제는 그런데도 내용을 다 안다는 거다.
무엇이 문제인고 하니, 밤에 누워서 잠들때까지 두시간에 넘도록 뒤척이는 습관은 고3수험생활이 끝나고부터인 것 같다. 학교에서 구지 시달릴 것도, 그렇다고 집에서도 시달릴 것 없이 하루 종일 이완된 상태로 살다보니 잠이라는게 필요가 없어졌었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엄마가 수고했다며 주신 5만원을 이틀만에 탕진한 이후로 돈의 무서움을 깨닫고는 바로 편의점에 취직을 해버려서 6시부터 밤 11시까지 일을 하다보니 집에와서 씻고 좀 노닥대다보면 한시. 그럼 늦게 일어나고, 다시 잠이 안오고 하는 생활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요즘엔 인생개조를 신년목표로 세우고 어떻게든 몸을 피곤하게 만들려고 하지만, 그때는 피부고 뭐고 밤에 깨어있는 것이 내 인생에 미치는 영향 따위에 대해서는 생각 없이 그 조용한 밤시간을 즐겼었다.
사실 내가 책에 본격적으로 취미를 붙이게 된건 고등학교 때부터였다. 책에 재미를 붙인 건 그나마 덜 혼나면서 공부에서 멀어질 수 있는 법이라 그랬던 것 같다. 순전히 공부가 하기 싫어서 야자시간에 읽기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각설하고, 그 조용한 밤시간들은 책과 잡지와 라디오, 음악, 일기쓰기로 채워졌었던 것 같다.
- 라디오- 에서 고래의 줄거리를 모조리 다 듣게 된 거였다.
새벽4시쯤에 아나운서같은 까랑까랑한 목소리의 젊은 여자가 진행하는 교양 프로 라디오였다. 음악은 뉴에이지나 클래식, 아님 재즈 같은 것들이 나오는 청취자가 별로 없어 주구장창 음악 많이 틀고 그런 방송. 그시간에 생방을 해주는 전문가가 있다는게 지금에야 신기하긴 한데,
암튼 그 꼭두새벽 네시에 책을 소개해주는 아저씨가 한분 있었다.
고래의 줄거리를 듣고, 문학동네 문학상 수상작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캐비넷과 새의 선물을 읽게 되었다고, 박현욱을 알게 되었다고, 문학동네 출판사마저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하면 그날 그 라디오의 힘없는 아저씨와 안어울리는 아나운서 언니는 분명 내 인생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쳤다.
-이따 더해쓰겠음 아직 미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