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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가버렸다. 완전히 가버렸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부모 자식새끼 형 동생 이런게 다 무엇일까.
준이가 중길이, 인호, 상진이 등등 각기 특징이 다른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고 이성 친구와도 몇 번 만나는 것 같더니만, 거기까지다. 내가 준이에 대해 아는 건 단지 거기까지고 준이를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은 거기서도 한참 더 못미친다.
준이는 진정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그게 무엇이 됐든지간에 이 에미가 해줄 수 없었고 앞으로도 해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가슴아프게 한다. 인생에 길은 여러가지다. 준이 저놈 말대로 대부분의 세상에 얽매이고 억압받으며 짓눌려 사육되는 삶은 물론 나도 싫다. 한데 난 그렇게 저항해 볼 힘도, 꿈도 없다. 어른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한 자식의 어미라는 것은 또 무언인가.
언제까지나 앳되고 어리고 마냥 그럴줄로만 알았는데 언제 준이 녀석과 나를 연결시켜주던 실타래를 모두 풀어버리고 달아난지는 이미 오래다. 그게 언제인지조차도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다만 꽤나 오래 전에, 아무도 모르게 풀고 멀어진 것만은 확실히다. 뻗어준대봐야 다시한번 뿌리칠 뿐이겠지만, 이제 나에겐 그 뿌리침을 당할 동아줄 마저도 남아있지 않다. 어쩌면 내가 준이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었던 것은 녀석의 실타래를 나도 모르게 놓아 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