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 - 오늘의 작가상에 빛나는 최민석의 정통에세이
최민석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비슷한 말이긴 하지만, 나는 흡족할 정도로 마음에 드는 작품은 여러 번 반복해서 즐긴다. 그것이 영화든, 소설이든, 시든 차별없이 똑같이 적용한다. 집에 아무도 없어 사람의 소리가 고플 때엔 영화 <봄날은 간다>나 <냉정과 열정 사이>를 틀어놓는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바람 소리,
눈 쌓이는 소리, 대사를 읊는 주인공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아무 장면이라도 상관없다. 그저 주인공들이 눈을 밟을 때 들리는 ‘뽀드득거리는 소리나, 헤어진 연인과 재회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목청의 울림만으로도 충분하다. 마찬가지로 마음에 드는 음악을 오랜 세월에 걸쳐 반복해서 듣는 방식처럼, 마음에 드는 책도 오랜 세월에 걸쳐 반복해 읽는다. 처음엔 보컬을 따라 들으며가사를 이해하고, 다음엔 기타를 들으며 울림을 전해 받고, 그 다 - P175

음엔 베이스와 드럼을 따라 심장을 박동케 하듯, 책 역시 처음엔이야기를 읽고, 다음엔 문장을 읽고, 그 다음엔 구조를 읽고, 마지막엔 작가가 숨겨놓은 ‘거대한 취향의 안내서‘까지 읽는다. 물론,
한번에 이 모든 것을 다 읽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여러 번에걸쳐 꼼꼼히 읽는 재미에 비할 순 없다. 책과 영화 역시 음악처럼여러 번 반복하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요소들이 곳곳에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발견의 순간에, 마치 영화의 장면이나 소설의 문장들이 ‘이제야 나를 알아보는군 하고 젠체하며 미소 짓는 듯하다. 물론 그 잘난 체하는 미소는 거부감이 들지 않을 정도라, 내 쪽에서도 가능하다면 웃음으로 답해주고 싶다.
그러므로, 소설을 쓸 때도 혹시나 나 같은 독자가 있을까 싶어,
읽고 또 읽을 수 있는 소설이 되도록 쓴다. 한번이라도 제대로 읽힐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P1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