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을 적시며 창비시선 342
이상국 지음 / 창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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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사람들 / 이상국


나는 이 골목에 대하여 아무런 이해(利害)가 없다
그래도 골목은 늘 나를 받아준다
삼계탕집 주인은 요새 앞머리를 노랗게 염색했다
나이 먹어가지고 싱겁긴
그런다고 장사가 더 잘되나
아들이 시청 다니는 감나무집 아저씨
이번에 과장 됐다고 한 말 또 한다
왕년에 과장 한번 안해본 사람…… 그러다가
나는 또 맞장구를 친다
세탁소 주인여자는
세탁기 뒤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나에게 들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피차 미안한 일이다
바지를 너무 댕공하게 줄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골목이 나에 대하여 뭐라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이 골목 말고 달리 갈 데도 없다
지난밤엔 이층집 퇴직 경찰관의 새 차를 누가 또 긁었다고
옥상에 잠복하겠단다
나는 속으로 직업은 못 속인다면서도
이왕이면 내 차도 봐주었으면 한다
다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는 몰라도
어떻든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고
누군가는 이 골목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읽는_신학도‬


*응답하라 1988을 보고 펑펑 울었다. 그 시절의 추억과 아름다움과 가족과 사람들, 가족 그래 그 시절의 가족은 아름다웠다. 지지고볶고, 머리 뜯고 싸웠지만 생각할수록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그 시절의 모든 것을 긍정할 수는 없겠지. 그러나 그 시절에도 아름다운 사람들은 있었다. 그 시절 골목에 사람들이 있었다. 골목에서 들리던 아이들의 천전난만하고 순진한 목소리들. 그 소리만 들으면 몸이 흥분했다. 딱지치기, 술래잡기, 숨바꼭질, 비석치기, 땅따먹기, 구슬치기만으로 행복했던 그 시절. 그 시절. 그 시절.


오늘도 먼 훗날엔 추억일테고 그때도 오늘이 그리워 펑펑 울지 모르겠다만, 오늘의 추억은 오늘의 것이 아니고 1988년의 추억은 오늘의 것이니까. 오늘 내게 주어진 추억 하루치를 먹고 살아야지. 그 시절 골목이 애틋하게 그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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