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 - 제대로 하려다 시작조차 못하는 당신을 위한 기적의 행동 법칙
스티븐 기즈 지음, 조성숙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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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e is better than perfect."

최근에 어디선가 주워들은 명언에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완벽주의를 고치기 위해 수년간 많은 공부와 생각과 노력을 한 끝에 이 비스무리한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이토록 명료한 한마디라니.

저 명언에 감명받은 직후 <습관의 재발견>이라는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 이 방향성에 실천을 더해줄 책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요컨대 "하루 30분 운동하기"는 실천하기 어려운 완벽한 목표인데, 대신 "하루에 팔굽혀펴기 한 번 하기"와 같은 쉽다 못해 하찮은 목표를 세워 매일 실천하다보면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다. 
위 책의 내용에 매우 공감하며 비슷한 내용을 실천하던 중, <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이 역시 비슷한 방향성을 가진 책이라 좀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책을 집어들었다. 같은 저자의 책인 줄도 모르고.

같은 저자의 책이다 보니 결국 같은 내용인데, 이 책도 생각 이상으로 내게 도움이 됐다.
전작<습관의 재발견>에서는 '작은 습관 법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얼마나 유용한지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시작하는 힘>에서는 완벽주의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망치는지, 완벽주의를 고치기 위해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다른 책들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방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나는 중증의 완벽주의자로, 이게 문제라는 걸 깨닫고 고치기 위해 수년간 완벽주의를 다룬 책이나 강연을 거의 다 '완벽하게' 섭렵했다. 그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결심을 다잡았지만 나는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사실 비슷한 분야의 다른 책들은 이런 식이지 않은가. 
"너 임마 그거 빨리 고치지 않으면 안돼. 이런 상황이면 보통은 이렇게 할텐데 너는 저렇게 하잖아. 맞지? 그거 진짜 이상한거야. 아마 원인은 이러저러한 일들 때문일거야. 맞지? 거봐. 너 그런 쪽으로 문제 있는 줄 알았다니까. 암튼 너 진짜 비정상이야. 좀 정상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노력해봐. 노력하면 돼. 언제까지 그렇게 찌질하게 굴거야?"

아팠다.
나는 언제나 노력해 왔기에.

대부분 실패했지만.

노력하기도 바쁜데 상처로 가득한 마음을 추스르며 달리기가 너무나 버거워서 정신질환이 생길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상처에 소금을 뿌려가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아왔다. 어쨌든 멈춰있을 수 만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나와 맞먹을 만큼 증세가 심했던 사람이고, 의외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완벽주의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실패하는지 나를 몰래 관찰한 것 처럼 뜨끔한 이야기들로 가득한데, 일반적인 일이니까 너 혼자 자책하지 말라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이 책이 특별히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책은 아니지만 나에게 있어 큰 위로가 된 이유는 아마도, 저자 자신이 의사나 심리학자 등 관찰자의 입장이 아니라 나와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던 '패배자' 자신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그 문제를 극복했고, 아직도 패배자에 머물러 있는 나를 내려다보거나 비웃지 않았다.

이 책의 메세지는 분명 저자가 자기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건 그런 종류의 따뜻함이다. 이해도 충고도 때로는 비난도 그런 진정성이 느껴진다.

자기계발서는 대체로 마약이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정도로 진정성을 담은 자기계발서라면 좋은 약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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