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차문화 대전에 처음으로 가보았다. 도서전 예매를 했다가 같은 코엑스 전시라서 잠시 들른 것이다. 작은 백자 다관을 하나 구매했다. 홍차에 마음을 빼앗긴 적이 있고 보이차나 철관음을 선물 받은 계기로 중국차에 심취하기도 했지만 모든 것이 번잡하게 느껴져서 커피만 오래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관을 들이다니 사람 마음이란 모르는 것이다. 내 마음 나도 모르니 인생에서 어떤 장담을 하거나 확신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차를 알고 싶은 마음에 전문가가 쓴 다도책을 구입한 적이 있지만 서가에 오래 꽂혀만 있다가 손에서 떠나갔다. 영국 홍차잔과 디저트 플레이트를 세트로 수집하기도 했다. 좀 미친 사람 같았다. 수집벽에 대해 거리를 두니 어떤 허영과 공허가 보였다. 그렇게 나의 마음은 가난해졌다. 커피를 내리는 것으로 충만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차에 다시, (이제야 비로소) 마음이 흘러가게 된 것이다. 허영을 걷어낸 맑은 시간을 갖고 싶었다. 첫물차가 아니어도 좋다. 굳이 새로 개완이나 자사호 등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 달리는 일상에서 나를 깨우고 세상에 나갈 호흡을 고르게 하는 작은 여유. 메이 작가님의 책이 때마침 눈에 들어온 까닭이다. 날마다 티푸드, 푸드에 방점이 찍혔다. 맛보다 눈에 먼저 들어서는 아름다움, 그게 나와 결이 맞는다. 책이 배송되자마자 한호흡으로 다 읽었다. 아니 읽었다기보다 눈으로 완상한 기분이다. 글이 간결하다. 전문가로서의 장황함이 없다. 티타임 사진에 나온 모든 기물이 맞춤하게 아름답다. 그러면서도 둘러대거나 건너뛰지 않는 설명이 참 다정하다. 차 종류와 관련도구 설명에 티푸드 레시피까지. 에필로그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 메이를 추억하며, 라니. 유작이라니. 이 책은 내 서가에서 떠나가지 않을 것 같다. (장담하지 않기로 해놓고 ㅜ) 오래 두고 자주 펼쳐볼 수 있는 그야말로 은은한 우전 같은 책을 남겨주신 그 분의 평온을 빈다. 차를 더 알고 싶어졌다. 내가 티푸드를 직접 만들지는 않겠지만 예쁜 디저트를 사러 나가고 싶어진다. (책에 나온 디저트는 만들기 어려워보이지 않는다. 레시피가 워낙 충실하고 구하기 쉬운 재료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