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어찌 철도가 조선 사람의 피와 눈물로 이루어지지 않았겠는가.” -83p이백만, 이일철, 이지산, 이진오로 이어지는 백 년의 이야기. 구상에서 집필까지 30년이 걸린 이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사전서평단으로 읽어 보게 되었다.고공 농성 중인 이진오의 모습으로부터 시작하여 옛날 영등포 샛말의 어린 시절을 거쳐, 큰할아버지 이백만이 일제 강점기 철도와 관련한 기술을 배우는 일들이 그려진다. 1900년대 초반의 모습, 철도를 건설하기 위해 일본이 저지른 만행이라든지 그때 농민들의 설움, 당시 인천이나 영등포의 모습 등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흡인력 있는 작품이다. 왠지 삼대에 걸쳐 철도와 관련된 이야기가 그려질 거 같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조망해 볼 수 있을 듯 하다.소설 일부가 담긴 가제본을 다 읽으면 뒷부분이 궁금해서 구매하게 될 것 같다.
- 선배가 얽힌 일만 아니면 그이는 최고의 연인이고,떠올리니 또 화가 나는지 가사이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저는 우리 할머니가 했던 말을 떠올렸어요. 술만 마시지 않으면, 도박만 하지 않으면, 바람만 피우지 않으면 좋은 사람이라는건, 그걸 하니까 안 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요.""지당한 말씀이군요" 하고 나는 말했다. 에누리 없는 진실이다."유비한테도 그렇게 말하고, 친구니까 부탁한다, 도모키 씨와헤어지라고 부탁했지만 소용없었어요." -
언니에 대한 반발. 그것과는 정반대의 죄책감, 언젠가 대가를치를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공포, 그런데도 솔직하게 사과할 수 는 없었다. 따라다니는 후회와, 언니와 자신의 인생을 비교할 때 마다 가슴을 잡아 찢는 질투와 초조감. 누구의 말이었을까. 나는 떠올렸다. 사람은 모두가 혼자서 배를 저어 시간의 강을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미래는 항상 등 뒤에 있고 보이는 것은 과거뿐이다. 강가의 풍경은 멀어지면 자연히 시야에서 사라져 간다.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것은,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아니라 마음에 새겨져 있는 무언가라고.
아무것도 없는 가운데서 살아왔어요. 내 몸은 내가 지켜야했습니다. 오늘까지 그랬으니까 분명 내일부터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잃을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두렵지도 않습니다. 한 순간 한 순간을 소중하게, 앞에서돌이 날아오면 잽싸게 피하고 강이 있으면 뛰어넘고, 뛰어넘지 못할 때는 뛰어들어 헤엄치고, 경우에 따라서는 흐름에 몸을 맡길 겁니다. 그런 식으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그렇게 해서 죽을 때 뭔가 하나라도 내 것이 있으면 되니까요. 그게 돈이 아니어도 좋고, 집이나 땅 같은 대단한 재산이아니어도 좋습니다. 넝마 같은 옷 한 벌이라도, 고장난 시계하나라도 상관없습니다. 왜냐면 태어났을 때 제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죽을 때 뭔가 하나라도 지니고 있다면 제가 이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