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을 말했던 디디를 잃어버린 디의 이야기. 다시 읽은 ‘d’는 ‘웃는 남자’에 몇 문장이 보태어지거나 손보아져서 좀 더 견고해진 느낌이었다. 세운상가에서 d가 처음으로 엘피를 들을 때, 박조배와 광화문 광장으로 가기 위해 청계천을 빙 둘러갈 때.. 이런 장면들은 여전히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광장을 막은 차벽을 볼 때. 이 장면이 이어지는 작품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에서 반복되는 듯하다가 “더 가볼까?”가 추가되면서 좀더 적극성을 띨 때. 1996, 2011, 2014, 2016, 2017년 3월 10일로 현대사의 목소리들이 이어질 때. 어떤 혁명은 성공하지만 여전히 묵자의 상식으로만 보아지는 세상에서 변화의 신호들을 놓치지 말아야 할 때. 울림이 큰, 작가에게 어떤 전환점이 되어 주지 않을까 싶었던 작품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보길 바란다.
정세랑 작가의 작품에는 통통 튀는 상상력과 발랄한 가운데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놓치지 않는 노련함이 있다. 소설집이 나온다고 하여 무척 기대했는데 운 좋게 창비 사전서평단에 당첨되어 수록작 중 <이혼 세일>을 먼저 접할 수 있었다.
<이혼 세일>은 한 친구의 이혼을 중심으로 주변 친구들의 상황과 복잡한 심경들, 관계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소설이다. 정세랑 작가의 장점은 마치 내 곁에서 일어나는 일인듯한 일상한 사소함을 콕콕 찝어서 발랄하고 솔직하게 비튼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친한 친구에게서 친구의 친구 얘기를 전해 듣고 있는 듯한 현장감이 생생하달까. 마음 속에 떠오르는 공감과 추임새는 당연히 따라오는 덤이다.
한 작품을 읽고 나니 소설집 전체를 읽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