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을 말했던 디디를 잃어버린 디의 이야기. 다시 읽은 ‘d’는 ‘웃는 남자’에 몇 문장이 보태어지거나 손보아져서 좀 더 견고해진 느낌이었다. 세운상가에서 d가 처음으로 엘피를 들을 때, 박조배와 광화문 광장으로 가기 위해 청계천을 빙 둘러갈 때.. 이런 장면들은 여전히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광장을 막은 차벽을 볼 때. 이 장면이 이어지는 작품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에서 반복되는 듯하다가 “더 가볼까?”가 추가되면서 좀더 적극성을 띨 때. 1996, 2011, 2014, 2016, 2017년 3월 10일로 현대사의 목소리들이 이어질 때. 어떤 혁명은 성공하지만 여전히 묵자의 상식으로만 보아지는 세상에서 변화의 신호들을 놓치지 말아야 할 때. 울림이 큰, 작가에게 어떤 전환점이 되어 주지 않을까 싶었던 작품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