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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다정한 사람
은희경 외 지음 / 달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봄날에 먼곳으로 떠났다 돌아온 여행 이야기를 읽는 것은 이제 하나의 습관처럼 자리 잡았다. 날이 포근해지면 어김없이 어딘가로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곳은 아주 먼 곳일 수도, 비교적 가까운 곳일 수도 있다.
그때는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몇 년 전 봄에 혼자 다녀온 여행을 가끔 그리워하는 것은, 온전히 혼자 떠나는 여행만이 줄 수 있는 어떤 설레임과 외로움과 자유로움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봄에 여행기를 읽을 때마다 마음 속으로 떠났던 여행이 늘 혼자였던 것처럼.
이 책은, 같이 떠났지만 마치 혼자 여행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여행기다. 컨셉 자체가 그런 책인 듯하다. 10명의 유명인이 릴레이로 여행을 떠난다. 장소도 제각각, 기간도 제각각이다. 이병률 시인이 동행하지만, 그저 묵묵히 사진을 찍을 뿐이다. 함께 여행하는 사람을 얼마나 내버려두고 배려하였는지 알 수 있다. 여행기에 그의 흔적은 별로 없다. 여행에서의 동행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볼 때, 그는 참 편안한 사람이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여행기는 제각각 개성적이고, 각자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은희경의 호주 와이너리 여행은 매혹적이고, (수선화 언덕 사진이 너무 좋았다.) 이명세의 태국 여행은 치열했다. 이병률의 핀란드 여행은 춥지만 그 어디보다 따스했고, 백영옥의 홍콩 여행에는 익숙함과 소망이 깃들어 있었다. 김훈의 미크로네시아 여행에서는 무심한 듯하지만 숙명적인 기운이 있었고, 박칼린의 뉴칼레도니아 여행은 솔직함 그 자체였다. 장기하의 런던 여행은 젊고 자유로웠고, 박찬일의 규슈 여행은 짭쪼름한 추억의 맛이었으며, 신경숙의 뉴욕 여행은 그리움과 애정이 가득 묻어났고, 이적의 몬트리올, 퀘벡 여행은 담백한 감동이었다.
모든 여행에는 그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모든 것에 다정하기'라는 바통을 들고 릴레이를 펼쳐 간 것 같다. 어느 사진에도 따스한 시선이 묻어나고, 눈빛에는 진정한 관심이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각 챕터가 어느 하나 튀거나 어긋나지 않고 물 흐르듯 흐른다.
마치 혼자서 묵묵히 열 번의 여행을 이어가는 것처럼.
언제고 마음속으로나마 여행을 떠나고 싶으면, 이 책을 펼치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