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치는 여자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
엘프리데 옐리네크 지음, 이병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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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세일 이벤트 때, 여러 권을 질렀었지요.

그중에서 젤 첨 읽은 작품이 옐프리데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입니다. 아마 미리보기로 먼저 읽으면서 분위기가 참 묘하다.. 싶어서 계속 읽게 된 것 같습니다.

어딘가에서 이 소설을 두고 영화 '블랙 스완'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블랙 스완'이 알게 모르게 이 작품의 영향을 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사실 간단합니다. 딸과 엄마가 있습니다. 피아노 선생인 딸 에리카는 이미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은 노처녀이고, 엄마는 그런 딸을 하나부터 열까지 감시하고 구속합니다. 몇 시에 나가서 몇 시에 들어오는지, 무슨 옷을 입는지까지 집착하는 식으로요. 그리고 그런 음악 선생을 이성적으로 만나고 싶어 하는 제자 클레머가 있습니다. 
 

이 소설은 서술이 생각보다 까다롭고, 줄거리 중심이 아니라 묘사 중심이라 읽으면서 흩어지고 흘러가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요점은 분명합니다. 어머니의 집착이 에리카를 상당히 꼬이고 이중적인 인간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그들의 관계는 폭력적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에리카의 내면에서 또다른 폭력을 양산하지요.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폭력입니다. 그러나 이 폭력은 반대로 그녀가 당하지 않기를 속으로 바라는 폭력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그 흐름이 약간 복잡한 듯도 하군요. 암튼, 이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되, 인물의 심리는 상당히 복잡하게 흘러갑니다. 사람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하고, 이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저렇기를 바라는 것은 어찌보면 일반적인 이야기지요.

이 소설은 폭력에 대한 이야기이자, 비뚤어진 사랑으로 인해 한 여자가 무너지고 상처받는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어쩌면 냉정하게 이러한 이야기들을 풀어갑니다. 작가 자신이 어린 시절에 어머니의 구속과 꽉 짜인 생활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이런 점을 생각할 때 여주인공에게 이입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써 내려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오히려 그랬기에, 더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일까요.

 

흐름을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울림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인 것 같습니다. 간간이 음독하며 읽었는데, 그 또한 좋습니다. 물 흐르듯 흐르는 호흡이 좋은 것 같아서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영화도 한번쯤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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