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홍빛 속삭임 속삭임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그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나보다..

요즘 책을 닥치는 대로 읽고 있는데, 유독 스릴러, 추리물이 굉장히 땡기면서 손이 절로 간다 ㅎ

'진홍빛 속삭임'은 여고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급관심이 생겼었던 작품이다. 아야츠지 유키토는 관 시리즈로 유명한데, 이 작품은 속삭임 시리즈라고 한다. '여고괴담' 느낌이 물씬 나는 표지에, 설정부터 병약한 여주인공이 굉장히 엄격한 여고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중간중간 알 수 없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스케치가 끼어드는데,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이 모든 것이 연결되면서 맞물리게 되는 구성이다.

 

1988년도 작품이라고 하니, 세련미가 좀 떨어지고 결말이 매우 충격적이라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서술 자체가 굉장히 박진감 넘쳐서 한번 쥐면 손을 떼기 힘들게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여고생들의 심리 묘사도 탁월한 편이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세심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쇄되고 고립된 공간에서 매우 엄격한 지도를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여고생들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있고, 억눌린 것들이 있기에 그것이 야기하는 생각이나 행동은 굉장히 비뚤어질 수밖에 없다. 각자의 환경에서부터 시작된 그 트라우마들은 '고립되고 억눌린 학교'라는 극단적인 환경을 만나면서 위악적인 방향으로 폭발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한 사람을 향한 집단의 억지스러운 분노, 즉 따돌림의 모습을 갖추게 되고 있다..

'악(惡)'이라는 것은 때로는 그것이 악인지도 모른 채, 너무 순수한 얼굴 뒤에서 대수롭지 않게 태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더 무섭다.

 

제목이 '진홍빛 속삭임'인 것처럼, 전체적으로 소설을 지배하는 '진홍빛'의 여운도 상당했다. 아마 여자 독자에게는 그것이 더 잘 와닿을 것 같다.

 

약간의 으스스함과 섬세한 묘사,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잘 어우러진 재밌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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