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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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요리 솜씨가 전혀 없었을 때는 이렇게 대충 넘어가지 못했다. 한 가지 만들기에도 가슴이 쿵쿵거리고, 힘에 겨웠다.

 그런데 만들어야지 하는 것을 언제든 그럭저럭 만들 수 있게 되자, 이번에는 '나만의 맛', '나의 개성'을 뽐내고 싶어졌다. 그러다 보니 과연 '나만의 맛'을 자랑하는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는 하는데, 모두 똑같은 맛이었다. 히트곡 모음집처럼 그 맛이 그 맛이라, 그럴싸한 음식을 올려놓고도 마음은 오그라든다.

 그 후 '보편적인 맛'을 추구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내가 아닌 사람에게 만들어 주게 된 이유도 컸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오징어나 새우를 맛있게 하려면 부득이 보편적인 맛을 찾아내야 했다.

이렇게 쓰다 보니, 요리 솜씨가 엄청난 것처럼 여겨질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 단계를 지나야 비로소 '있는 재료만으로도 어떻게든 재주를 피워 봉골레 파스타를 만드는' 시기가 찾아온다.

 그렇게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소설 쓰기'와 몹시 비슷하다.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챕터 26 中)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는 사람을 위로하고 치유해 주는 힘이 있다. 그저 읽고만 있어도 너무나 위로가 되어서, 절로 고맙다고 머리가 숙여지는 그런 느낌..

이 책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음식 에세이이다. 그녀가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먹고 마신 맛난 음식들 이야기.

지금은 자주 만들어 먹지 않지만, 예전에 혼자 살 때는 곧잘 음식을 만들었고, 또 음식을 만들면서 내가 요리를 좋아하고, 주방을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었다. 지금도, 좋은 주방을 꼭 가지고 싶다는 바람은 변함이 없다.

이 책에는 물론 요시모토 바나나가 좋아하는 여러 맛있는 가게들의 이야기도 많다. 그러나 그녀가 추구하는 것은, 음식을 팔기 위한 가게일지라도 집에서 먹는 것처럼 편안함을 제공해 주는 것, 소박하고 맛은 평범하더라도 정성을 다해 주는 것.. 바로 그런 것이다. 

읽으면서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고, '역시 음식의 힘이란 대단하다!'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부분도 많았다.

아마도 그녀가 모든 음식, 그것을 함께 먹는 사람들을 최대한 진심을 다해 대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덧. 책 뒤에 붙어 있는 고로케 레시피를 잘 보관해 두었다. 언젠가 꼭 만들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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