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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나리와 아기별 ㅣ 민들레 그림책 3
마해송 지음, 정유정 그림 / 길벗어린이 / 1998년 6월
평점 :
바위나리와 아기별은 그 어떤 동화보다도 순수한 사랑을 슬프고 아름답게 묘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바다는 물이 깊으면 깊을수록 환하게 밝게 보이는 것은, 바다 속에 잠긴 둘의 사랑이 다시 이루어져 아기별이 빛을 되찾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슬픈 사랑에 ‘희망’이라는 작은 행복의 불씨까지 더하게 되었다.
사실, ‘바위나리와 아기별’에 대한 서평을 쓰기까지 잠시 머뭇거리는 시간이 적지 않았다. 글의 분량이 그다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서평을 쓰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화자는 동화에 대한 서평은 글의 분량을 막론하고 다루어 져야 한다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바위나리와 아기별은 하얀 순백의 옷을 입은 동화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흔히 아이들이 읽는 아동도서는 자극적인 소재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 화자의 생각이다. 물론 자극적이라는 것이 성인의 시각으로 봤을 때 판단한 것이기에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달리 보일 수 있음을 먼저 일러둔다. 그러나 분명하게도 바위나리와 아기별은 선악구조의 대립으로 인한 잔인한 처벌이라던가, 강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공포를 유발하는 괴물 혹은 귀신)등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바위나리와 아기별이라는, 즉 꽃과 하늘의 별이라는 순수한 자연물이 동화의 주인공인 것 또한 주변의 자연이 소재가 되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자연을 환상적인 동화의 소재로 이끌어 준다고 할 수 있다.
시중의 동화책을 보면, 어른들은 아이에게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아이들이 흥미를 보이는 책이 있는가 하면은 그 반대로, 아이들은 전혀 좋아하지 않는데 어른들이 아이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자꾸 권하는 책도 있다. 그러나 <바위나리와 아기별>은 어른도, 아이도 모두가 좋아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까닭은 그만큼 ‘동심’이라는 원형적 심상에 가장 가깝게 다가갔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들의 마음속에 있는, 아직 꺼지지 않는 동심이라는 불씨를 <바위나리와 아기별>은 다시 따뜻한 불빛으로 살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꽃과 별. 즉 땅과 하늘이라는. 우리가 느끼는 공간상의 아득한 거리를 통해 우리는 어쩌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예견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예견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질 것을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기대하며 한 장한장 책장을 넘겨 보게 본다. 그 이유는 본 책에서 그리는 ‘순수한 사랑’의 애틋함에 우리가 녹아들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즉, <바위나리와 아기별>은 ‘순수한 사랑’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동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 또한 <바위나리와 아기별>을 통해 순수한 사랑을 간직한 아이로 자라기를 작가는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